산업 대기업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에 산업계 ′초긴장′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4 10:04

수정 2018.07.04 10:04


철강, 석화업계 전기료
업체 1년간 전기료(억원)
포스코 6010
현대제철 9000
동국제강 2000
SK이노베이션 3300

"경부하 전기요금 인상은 일반용 전기에서 발생한 적자를 엉뚱하게 산업계로 전가하는 것이다."
"심야 시간대 전기료가 싼 것은 특혜가 아니라 발전원가 자체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제조업체들에게 공급되는 심야시간대 전기료(경부하요금)을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자 철강·석유화학 업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철강·석유화학은 업종의 특성상 전기료가 제조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심야시간대 전기를 싸게 공급하는 것은 전기 사용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인데 경부하 요금을 올리겠다는 것은 현행 요금체계의 취지를 스스로 어기는 것이라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유화학 업계 등은 전기료의 원자 비중이 높은 업종의 경우에는 '도매가' 개념을 인정해줘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검토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철강업계, 전기료 지금도 싼 수준 아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24시간 조업을 하는 철강사들은 한전의 전기료 인상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년간 전기료로 많게는 1조원 가까이 지출하고 있어서다.

포스코의 경우 금액기준으로 1년에 2조1000억원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중 70% 가량을 자급하고 있지만, 부족한 전기를 충당하기 위해 한전에서 연간 6000억원이 넘는 전기료를 지불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기준 9000억원, 동국제강은 2000억원 이상을 전기사용 비용으로 지출했다.

이들은 지금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싼 수준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전력판매액을 전력판매원가로 나눈값)은 105%이다. 원가회수율이 100% 를 넘으면 한전이 적정 수준보다 비싼 요금을 받았다는 의미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의 경부하요금 사용 비중이 높다고 해서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논리"라며 "경부하요금의 취지 자체가 전력 사용을 분산하려는 것이었으며, 철강사 등 제조업체들은 정부의 이런 정책을 잘 따라왔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경우 1년간 사용하는 전기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매출의 약 7~8% 수준에 육박한다. 현대제철은 제조원가의 10%가 전기요금이다. 정부의 방침대로 전기료가 인상될 경우 114억원 가량의 추가 부담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는 송전단기와 배전단가가 타 요금에 비해 낮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가격이 싸야 한다"며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등 비용증가와 통상마찰로 기업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 (또 다른 부담을 지우는 격이라며)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을 정부가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화업체 경쟁력 약화 우려
정유·석유화학업체 역시 한전이 전기요금을 인상할 경우 타격을 피할 수 없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특히 석유화학업체들은 폴리염화비닐(PVC)을 생산하기 위해 바닷물을 전기분해해서 사용한다. 이때문에 전기요금이 원가의 60~70%에 달한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빅4 정유회사들이 연간 납부하는 전기료가 약 1조원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이 울산 컴플렉스에서 부담하는 전기료만 월 250억원으로 지난해 3300억원 가량을 납부했다. 정유사들은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면 원가 상승 부담은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 큰 문제는 화학 업체들이다. 유가 상승, 환율, 경기 침체 등으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데 전기료까지 인상될 경우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한 석화업체 관계자는 "전기분해 시 전해조를 쓰는데 전기료가 원가의 60~70%를 차지한다"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5900억원이었는데 CA공정에서 납부한 전기료가 2300억원 가량이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전기료에도 '도매가'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한전의 인상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석화업계처럼 전기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의 경우 전기료에 '도매가'를 인정해줘야 한다"며 "도매업종에 소매가를 적용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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