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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내홍 수습한 경총, 본모습 되찾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3 17:11

수정 2018.07.03 17:11

엇박자 낸 부회장 끝내 해임.. 기업 이익 대변이 존재 이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3일 송영중 상임부회장을 취임 석달 만에 해임했다. 이날 열린 임시총회에서 회원사들은 해임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사필귀정이다. 송 부회장은 참여정부 시절에 고용노동부 요직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노사관계 전문가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사용자 단체인 경총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진퇴를 놓고 줄곧 회원사들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회원사들은 해임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초유의 경총 내홍은 일단락됐다.

먼저 송 부회장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이 있다. 하지만 송 부회장은 거꾸로 갔다. 앞서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몸담은 경총을 "구태의연한 적폐세력"이라고 몰아붙였다. 상임부회장은 비상근 회장을 대신해 실무적으로 경총을 이끄는 자리다. 그런 사람 입에서 집권당 정치인보다 더 격한 말이 나왔다. 송 부회장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사무국 직원들이 즉각 "송 부회장의 행태야말로 적폐 중 적폐"라고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경총도 잘못이 있다. 지난해 봄 문재인 대통령은 "경총도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그 뒤 경총은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 올 초 손경식 회장이 새로 취임했고 이어 낙하산 논란 속에 송영중 부회장이 왔다. 손.송 체제 아래서 경총은 지난 5월 최저임금을 놓고 갈팡질팡했다. 그 뒤 손 회장은 송 부회장의 직무를 정지시켰으나 송 부회장은 자진사퇴를 거부했다. 결국 부회장을 쫓아내려고 회원사들이 총회를 소집하기에 이르렀다. 창립 48년 경총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태는 애초 송 부회장을 선택한 경총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이제 경총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경총은 비정규직,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서 기업 이익을 대변하라고 사용자들이 만든 단체다. 노조와 늘 싸울 수밖에 없다. 다만 '기업 시민' 입장에서 공동체를 외면해선 안 된다. 삼성 등 핵심 회원사 탈퇴로 힘을 잃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반면교사다. 정부도 경총을 놓아주기 바란다.
누굴 부회장으로 뽑든 자율에 맡겨라. 경총과 정부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게 최상이다. 얼마전 경총은 정부에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되 6개월 계도기간을 달라고 건의했고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경총의 존재 이유는 바로 이런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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