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전기료 오를라' 철강업계의 속앓이


"원재료 값이 오르면 구매를 다변화한다든지, 아니면 인상 요인을 미리 예측해서 대책을 세울수 있는데 전기료는 그게 아닙니다. 올리면 그냥 고스란히 내는 수밖에 없어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용 전기료 인상 방안에 대해 한 철강사 임원이 토로한 얘기다. 보통 원재료 가격은 급등락을 반복하는 게 일상 다반사지만, 대부분 선제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철강사들이 사다 쓰는 원재료들은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가격 변화 충격이 곧바로 제품 원가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그런데 전기료는 전혀 다른 얘기다. 우선 전기는 미리 사둘 수도 없고, 국내가 아닌 다른 데서 가져올 수도 없다, 싫든 좋든 간에 국내 제조사들이 전기를 가져다 쓸 수 있는 곳은 오로지 한국전력뿐이다. 제조원가에서 전기료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 하길래 우는 소리를 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철강사들이 받는 충격은 적지 않다. 우선 조업 자체가 24시간인 데다, 제조원가에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넘나든다.

많은 제조업체들이 마찬가지인데, 생산 현장에서 전기 절약을 위해 별별 방법들을 다 동원한다. 밤낮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직원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수많은 노력을 동원해 1억원만 전기료를 줄여도 대단히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한전이 전기료를 올려버리면 한번에 100억원 이상 부담이 올라간다.

국내 철강사들은 미국의 통상압력에다 중국과의 경쟁으로 힘겨운 상태다. 고로를 가진 대형사들은 사정이 좀 낫지만 전기로를 가동하는 업체나, 아니면 슬래브를 받아 재압연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매 분기 사업보고서를 쓰기가 민망할 정도로 어려운 상태다.

철강사들은 정부가 원자력발전을 포기하면서 전기료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는데, 결과적으로 결국 요금을 올리겠다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기업들은 사회 구성의 한 축으로서 당연히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특혜를 받아서도 안되고, 지불해야 할 것은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추진하면서 일반 국민들과 제조업체들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는 것도 기업들의 불만이다.
국민들은 비싼 전기료를 내고 있는데 오랫동안 기업체들이 싼값에 전기를 마구 써왔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우선 생존을 담보할 수 있어야 사회적책임도 짊어질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결국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산업부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