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톡]

美 여행 금지령 내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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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치안이 불안하다. 그리고 총격과 강도, 절도가 빈발한다. 주변 사람을 경계해야 하며 야간외출은 안된다. 두서 없이 이 내용만 들으면 사람이 살 만한 국가가 아닌 듯싶다. 그런데 그런 국가가 있다. 미국이다. 위 내용은 주미 중국대사관이 지난달 28일 미국관광에 나서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당부한 안내문에 담겨 있다.

세계 최강국인 데다 자유민주주의 대표적 상징으로 꼽히는 미국이 여행 위험 요주의국가로 묘사된 것이다.

사실 하나하나 뜯어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미국 내 총격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어 치안불안이 과대포장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처럼 작위적인 잣대를 들이대다 보면 안전한 국가를 찾아볼 수 없다. 테러로 몸살을 앓는 유럽연합 국가들도 작위적인 잣대 앞에선 치안불안 국가로 전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국의 치안 수준에 따라 타국의 상황을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중국에 사는 일부 외국인들은 중국 내 치안 수준에 대해 비교적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중국에서 10여년을 살았던 한 외국인 여성은 버스에 올라타 가방에서 요금을 꺼내려다 차량이 출발하며 흔들리는 바람에 중심을 잃을 뻔했다. 그런데 버스 내 안내원이 등 뒤를 잡아주고 의자로 안내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중국의 공공안전에 만족감을 표시한다. 공항이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꼼꼼히 소지품을 검색하는 것 역시 중국의 일상 풍경이다. 익명 다수가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꼼꼼한 검색 절차를 거치는 게 옳은 일이다. 사실 상당수 국가에서 공공장소의 검색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예산 문제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반면, 중국의 치안문화를 국민의 안전 관점보다 통제의 수단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중국의 미국여행 경고를 놓고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주미 중국대사관의 여행 경고는 나름 이유가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안내문의 배경으로 여름 피서철을 앞두고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지를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자국민 보호를 위해 마땅한 공지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라는 시점상 이번 안내공지를 다른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6일 미국과의 본격적인 관세 전쟁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유커의 미국행 관광을 제한하는 한미령(限美令) 카드를 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캐나다, 멕시코, 영국, 일본에 이어 미국에 해외관광객을 가장 많이 송출하는 다섯번째 국가다.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발동했던 한한령의 칼날을 최대강국인 미국도 비켜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jjack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