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중기업계 ‘페인트 업계 변신’ 배워야

송주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5 17:55

수정 2018.07.07 02:07

[기자수첩]중기업계 ‘페인트 업계 변신’ 배워야


군대를 전역하고 재충전의 시기를 갖던 날이었다. 말이 재충전이지 한량처럼 빈둥대던 날들이었다. 마침 이웃에 살던 아저씨가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이웃 아저씨는 일당 5만원을 줄테니 자기를 따라다니며 인테리어 보조업무를 해달라고 했다. 일당 5만원씩 한 달만 일해도 다음 학기 용돈은 벌겠다 싶어 꾸역꾸역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군생활도 훌륭히 해냈는데 인테리어 보조는 꿀 아르바이트겠지'라는 생각도 있었다.


아르바이트 첫날,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용접작업에 나섰다. 사방이 '그라스 울'로 둘러싸인 곳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불똥이 벽에 튀어 불이 났다. 이웃집 아저씨가 발로 불을 밟아 끄려 했지만 아저씨 발에 불이 옮겨붙었다. 황급히 소화기를 가져다 불을 껐다. 죽다 살았다.

둘째날은 지역 사회복지시설 벽면에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을 도왔다. 페인트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우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휘발유 냄새 같기도 하고 자동차 매연 냄새 같기도 한 페인트 냄새에 머리가 아팠다. 처음 직접 페인트를 칠해본 그때의 경험은 '페인트는 냄새 나고 어지러운 화학물질'이라는 강한 신념으로 남았다.

수습기자 딱지를 떼고 처음 출입하게 된 곳이 페인트 업계였다. KCC,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 조광페인트, 강남제비스코 등 주요 페인트 기업의 소개서를 읽으며 가늘게 실눈을 떴다. 하나같이 '친환경 페인트'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 냄새 독한 페인트 만들던 곳이 어디였더라'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페인트는 냄새 나고 어지러운 화학물질'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했다.

페인트 업계를 출입한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그동안 많은 페인트 제품을 직접 접했다. 페인트 업계는 많은 도전과 변화에 직면해 있었다. 그리고 그 도전과 변화를 수용해 큰 변신을 이루고 있다. 중금속과 포름알데히드 등 화학물질 배출을 최소화했고 냄새도 줄였다. 노루페인트가 선보인 '팬톤 에어프레쉬'는 공기중에 포함된 포름알데히드, 환경호르몬 등을 빨아들인다고 한다. 페인트의 변신이 놀랍다.

페인트 업계의 변화는 중소기업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약점을 극복해 업종 인식을 바꾸고 산업경쟁력을 키운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여전히 청년들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한다.
변화를 수용해 약점을 극복한 페인트 업계의 선례를 연구할 만하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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