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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트럼프, 유럽과 손잡을까..차로 확전시 세계경제 재앙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8 17:22

수정 2018.07.08 17:22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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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마침내 개전에 들어간 가운데 향후 전망을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다고 CNBC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미국과 중국이 각각 340억달러 상당의 상대국 물품에 관세를 물리면서 서막이 열림에 따라 시장의 최대 관심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이전에 경고한 대로 중국 제품 5000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물릴지 여부가 됐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침체를 몰고 올 전면적인 무역전쟁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미 행정부가 중국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물리게 되면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없더라도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의 경우처럼 수입 자동차가 미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조사토록 상무부에 지시했고, 그렇다는 답이 나오면 모든 수입차에 20~25%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유럽과 손잡을까
무역전쟁이 자동차 부문으로 확대되면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미 경제에도 심각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당초 자동차 업체들이 잇달아 경고한 것처럼 급격한 가격 상승과 투자위축, 감원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지목하고 있는 독일 자동차 업체 다임러, BMW 등은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주요 수출업체 역할을 하고 있다.

앨라배마주 타스칼루사의 공장에서 연간 28만6000대를 생산하는 다임러는 지난해 이 공장에서 완성된 자동차를 135개국에 수출했다. 이 곳에서 생산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70%는 외국에 수출됐고, 덕분에 다임러는 이 부문에서 미 2위 수출업체가 됐다.

미 ‘빅3’ 가운데 하나인 제너럴모터스(GM)도 자동차 관세 구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관세가 현실화하면 GM은 규모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GM은 성명에서 자동차와 수입 부품에 관세가 매겨지면 투자위축, 감원, 임금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GM은 미 47개 공장에서 11만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모든 수입 완성차, 부품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수년 안에 미국내 자동차 생산은 1.5%, 관련 일자리는 19만5000개가 사라진다.

여기에 다른 나라들이 보복하게 되면 자동차 생산은 4% 감소하고, 일자리는 62만4000개가 없어진다. 또 수입차 뿐만 아니라 미국산 자동차 가격 역시 뛰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과 확전은 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걸림돌이 많기는 하지만 유럽 정상들도 미국과 무역전쟁이 확대되는 것은 원하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미국산 자동차에 붙는 관세를 없애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유럽이 일단 양보하면 트럼프로서는 중국과 긴장이 고조돼도 어느 정도 버틸 여력이 생긴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과 자동차 교역에서 64억달러 흑자를 낸 반면 유럽과는 320억달러 적자를 봤다.

스트라테가스의 정책 리서치 부문 책임자인 댄 클리프턴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무역)전쟁이 고조됨에 따라 (다른) 교역에서 승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캐나다,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타결, 유럽과 자동차 협상 타결 등 두가지 가능한 대안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이나 멕시코.캐나다 전선 가운데 한 곳에서라도 승리할 수 있으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무역전쟁에 따른 우려를 일부 완화시킬 수 있다.

클리프턴은 ”다른 나라들이 덜 확신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독일이 (미국차) 무관세로의 전환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에 더해 (무관세로 가기 위한) 절차 역시 상당히 복잡하게지만 무관세(타협)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관세, 벌써부터 경제 왜곡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절반 이상은 미국에서 생산되고, 나머지 가운데 24%는 캐나다와 멕시코, 6.7%는 유럽에서 수입된다.

그러나 미국에서 완성차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부품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들이 많아 자동차의 경우 원산지를 구분하는게 무의미하고, 관세는 경제를 왜곡하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인 그랜트 손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는 자동차 부문은 글로벌 공급망으로 워낙 탄탄하게 묶여 있어 무역전쟁에 따른 순익 손실, 노동자들의 타격이 크며 궁극적으로 경제에도 큰 충격을 주게 된다고 경고했다.

스웡크는 이어 관세가 현실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부터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관세 부과에 앞서 핵심 공급국들에서 수입한 부품 등을 핵심 부두에 샇아두고, 재고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완성차나 부품 선적에 활용하는 볼티모어, 잭슨빌 등 주요 항구들의 경우 5월 수입규모가 전년동월비 20% 안팎의 급증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웡크는 “자동차(산업)는 모든 나라의 주요 산업이라는 점에서 너무도 중요한데다 (글로벌 공급망으로 인해) 부품 원산지 구별 같은 건 아예 있을 수가 없다”면서 1980년대 일본 자동차 쿼터제처럼 규제가 작동할 수도 없고, 소비자들에게도 결코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는 수출이나 수입으로 따질 수 없다”면서 “미국에서 3D프린터로 찍어내지 않는 이상 100% 미국 차는 없으며 자동차는 전세계에서 만들어진 부품으로 완성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관세는 전면 무역전쟁, 세계경기침체 부를 것
빙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글로벌 담당 이코노미스트 이선 해리스는 6일 서막이 개시된 미중 무역전쟁의 다음 단계는 중국 제품 1000억~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 부과와 자동차 부문에 대한 관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해리스는 분석 노트에서 “자동차 관세는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향하는 주요 단계로 관세가 지속된다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소수점 한자리 단위만큼 끌어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여전히 그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미국과 교역상대국간 전면적인 관세가 현실화하면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리스는 이어 중국과 무역전쟁이 2라운에 돌입하면 고통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감세효과 역시 모두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관세가 계속해서 오르면 모든 당사자들의 고통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세탁기의 경우처럼 소비자가격이 뛰고, 이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리스는 “수출 업체들은 직원들을 해고하기 시작할 테고, 소비자와 기업, 시장 심리는 급락하게 된다”면서 “여론 역시 그 때에는 관세에 반대하는 흐름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전쟁’은 군인들이 전선을 향해 행진해 나아갈 때에는 위대해보이지만 전사자나 부상자들이 돌아오기 시작하면 그처럼 위대한 것이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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