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집권당 차기 대표의 역할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용어는 3개 경기를 석권한 경주마에서 유래했다.

세계적 명마인 갤런트 폭스는 1930년 미국 경마 레이스인 켄터키 더비, 벨몬트 스테이크스,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대회에서 우승했다.

폭스의 새끼인 오마하도 혈통 값을 하며 1935년 다시 3개 경주에서 우승, 어미말의 기록을 깼다. 언론이 이 사연을 소개했고 오늘날에는 축구·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분야에서도 보편적인 용어로 쓰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당 수장을 뽑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차기 대표는 2020년 21대 총선 공천권을 쥐다 보니 누가 되더라도 그만큼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차기 총선까지 3연승을 하느냐 갈림길에 놓였다. 스포츠 경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정치에서 선거가 한번쯤 상대에게 질 수도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선거 패배 한번에 정당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어서다.

임기를 한 달여 남겨둔 추미애 대표는 그런 면에선 풍운아로 불린다. 19대 대선 승리에 이어 지난 6·13 지방선거까지 압승을 거두면서 무사히 임기를 마치게 됐다.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은 정치사에도 유례가 없는 당대표 수난시대로 불렸다.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이 창당한 이후 당명으로 마지막 전대를 치른 2006년 2월 18일까지 2년3개월여 동안 모두 9번 당의장(당시 당 대표의 직함)이 바뀌었다. 임기는 평균 4개월도 되지 못했다.

정동영 전 의장은 노인폄훼 발언, 신기남 전 의장은 부친의 일제 부역논란 등 개인 사정도 다양했다.

하지만 당권이 이처럼 불안했던 원인은 당청 간 불신과 갈등이 바탕이었다. 특히 청와대가 여당을 대하는 태도 문제도 심각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2005년 10월 31일~2006년 1월 3일) 당시 의장은 2개월4일 만에 당의 수장을 그만뒀다. 청와대가 현직 당 대표를 산업부 장관으로 인선하면서다. 여당 대표를 내각의 여러 장관자리 하나쯤이나 청와대의 국회 출장소장으로 여긴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번에 선출되는 민주당의 새 수장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초선들도 최근 모임을 갖고 제대로 된 당청관계 정립을 요구했다. 이번 대표는 어쩌면 청와대보다 비중이 클 수도 있는 자리다.
국민과 대통령의 가교 역할은 물론 필요할 때는 청와대를 견제하기도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대통령을 돕는 여당 수장의 역할이다. 대표를 가문의 영광쯤으로 여겨선 안 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cerju@fnnews.com 심형준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