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가시밭길 실체 보여준 북·미 후속회담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8 17:08

수정 2018.07.08 17:08

北 "미국이 강도적 요구" 험난한 비핵화 협상 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6~7일 북한 방문을 마쳤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났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끝난 뒤 북·미 양국 간 고위급 접촉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회담 성과를 놓고 평가가 다르다. 폼페이오 장관은 "거의 모든 핵심 이슈에 대해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다.
"미국 측 태도는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다"고까지 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우리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반박했다. 미국은 단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폼페이오·김영철 회담에 긍정적인 논평을 내놓았다. 김의겸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로 가기 위한 여정의 첫걸음을 뗐다"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첫술에 배부르랴'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을 인용했다. 북·미 협상 과정에 곡절은 있겠지만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바람대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란다. 하지만 현명한 정부라면 늘 플랜B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5월 하순을 떠올려보자. 당시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 최선희 부상을 앞세워 미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특히 최 부상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거명하며 "미국이 계속 불법 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조·미(북·미) 수뇌회담 재고려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 바람에 한때 싱가포르 회담 자체가 무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번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을 '강도'에 비유했다. 5월 사례에 비춰볼 때 벼랑끝 전술에 능한 북한식 협상술의 일환으로 보인다. 트럼프·김정은 합의문은 채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을 걷어찰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우리로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미 한·미 양국은 합동군사훈련 일체를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양국 군사훈련을 "미친 짓"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비핵화를 검증하자는 미국의 요구를 '강도적'이라고 비난했다.
어느 나라이든, 북한과 협상할 때는 실속 없이 김칫국부터 마시는 일이 없도록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