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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다른 행보?' 특검, 김경수 도지사에 칼끝 겨눌 수 있을까

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9 15:40

수정 2018.07.09 15:40

허익범 특별검사 / 사진=연합뉴스
허익범 특별검사 / 사진=연합뉴스
'원점 수사'를 공언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검팀은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수사를 통해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인 경찰과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9일 특검팀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핵심 회원들을 상대로 소환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댓글 자동화 프로그램 '킹크랩'을 재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박상융 특검보는 이날 "현재 특검은 경공모 회원들을 소환해 조사하는 중"이라며 "'킹크랩'의 개발시점과 경위 등을 확인하는 한편, 진술내용을 토대로 당시 구현했던 성능이 어느 정도였는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의 소환조사가 끊임없이 진행되는 것은 이전 경찰수사와 별개로 원점 재수사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새로운 핵심 인물을 입건한 데 이어 기존 피의자들 신문도 초기 단계부터 다시 진행하고 있어 예상보다 초반 소환조사가 길어지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수사는 원점에서 시작한다"고 공언했다. 지난 6일 허익범 특검은 "특검팀에게 그동안의 수사기록을 분석하면서 원점에서 보도록 요청하고 있다"며 "원점에서 시작된 사건치고 밀도있게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허 특검이 경찰 수사의 부실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특검팀이 10일 남짓한 기간의 수사를 통해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 경찰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팀이 경공모 수사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김 도지사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의견이 법조계 중론이다. 댓글조작을 넘어 인사청탁 등과 관련해 정치권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특검팀이 밝혀낸다면 특검 출범의 명분과 실리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킹크랩 재구축에 나선 것 역시 경공모가 김 도지사에게 시연한 정황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도지사에 대한 특검 수사가 더욱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드루킹 김동원씨의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명확한 증거 확보를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 수사의 핵심은 속도에 있다"면서 "물론 명확한 혐의와 물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한된 시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특검이 핵심 인물에 대한 조사를 미룬다면 경찰과 마찬가지로 '봐주기 수사' 의혹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드루킹 김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공범인 '서유기' 박모씨와 '둘리' 우모씨에겐 각각 징역 1년6월을, '솔본아르타' 양모씨에게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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