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무엇을 위한 5G인가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이다. 특히 이동통신 인프라는 세계 최고다. 취재 때문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행사에 몇 차례 가본 적이 있는데, 매년 세계 최대 모바일 행사가 열리는 곳도 이동통신 속도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올해 2월 MWC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이 최대 화두였지만, 현지에서의 체감 속도는 3세대(3G)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도 국내보다 훨씬 느렸고, 동영상 시청은 못할 정도였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힘을 합쳐 모바일 서비스의 기반인 이동통신 인프라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세계적 휴대폰 제조사도 육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외에는 사실 떠오르는 게 없다. 대용량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요구하는 게임이나 고화질(HD) 동영상 같은 서비스가 국내에서 대중화됐지만 실질적인 과실을 따 먹은 쪽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과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국가표준으로 정해 육성하면서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칩 제조사 퀄컴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도 어느 나라보다 빨리 네트워크를 구축했지만 과실은 유튜브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OTT) 기업과 화웨이 같은 장비업체가 따 먹었다.

현재 우리는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이동통신 상용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표준 제정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미 5G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경매도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내년 3월 세계 최초 상용화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5G의 과실은 누구 입으로 들어갈까. 우리나라는 정부가 나서서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유는 누구도 말해준 적이 없다. 과거처럼 남 좋은 일이 될까봐 우려도 된다. 5G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칩 제조사도, 장비 제조사도 국내에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5G는 서비스, 단말기, 장비가 합쳐지는데 결국 우리 산업이 중요하며 그런 의미가 희석된다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5G를 통해 국내의 다양한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장비가 해외에서 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목표가 이토록 명확하다면 업체들의 일방적 투자만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도 돌아봤으면 한다.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잘 만들었는지,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정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