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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금융사에 노동이사제 도입은 신중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9 21:18

수정 2018.07.09 21:18

금감원장이 시동 걸어
경영권 침해할 우려 커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9일 발표한 '금융감독 혁신 과제'에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담았다. 명칭은 노동이사제와 다르지만 노조의 경영참여라는 근간은 같다.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한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경영에 참여한다. 근로자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하는 외부인사가 사외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노동자가 이사회에 직접 참여는 안하지만 제3자를 통한 노조의 경영참여라는 점에서 노동이사제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서울시가 100명 이상인 13개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근로자 이사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하면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민간기업으로는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된 금호타이어가 지난 6일 주주총회에서 노동법학자 최홍엽 조선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이 첫 사례다.

금융권에서도 노동이사제 도입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된 바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 1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부결됐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사외이사 후보를 올렸지만 역시 부결됐다. 당시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는 물론 KB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반대했다.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은 지난해 말 윤 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금융정책당국에 권고했다가 거부됐었다. 당시 혁신위 보고서는 금융·공공기관의 의사결정 투명성을 개선하고, 경영자와 근로자가 조직의 성과에 공동으로 책임지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도입을 권고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신중론을 폈다. 최 위원장은 "근로자추천이사제나 노동이사제 도입을 법이나 제도로 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실시 여부는 각 은행에서 결정할 일"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윤 금감원장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회사들과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가 곧바로 철회했다. 노동이사제 도입 등 금융개혁의 의지를 드러낸 표현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금융기관을 무찔러야 할 적으로 인식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KB국민은행 주총에서 ISS가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왜 반대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경영권을 침해받아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독일처럼 선진화된 노사관계가 구축됐으면 모를까 우리처럼 노사 대립이 첨예한 구조 아래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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