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세일즈외교]

이재용 부회장에 "韓에서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 만들어 달라"(종합)

이 부회장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90도 인사 
인도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서 첫 대면

9일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뉴델리(인도)=조은효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난 건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만남은 인도 뉴델리 남동쪽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있는 삼성전자 노이다 신(新)공장 준공식에서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차량에서 내리자 그 앞으로 이동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곧이어 문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리자 고개를 '90도 가량' 수차례 숙이며 영접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이 부회장과 첫 대면 순간이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모디 인도 총리와 테이프 커팅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첫 대면 이후 준공식 시작 직전, 대기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 부회장과 홍현칠 서남아담당 부사장을 불러 약 5분간 접견을 했다고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는 발언은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신공장 준공을 축하한다"는 인사에 이어 나왔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께서 멀리까지 찾아주셔서 여기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며 삼성 해외 사업장 방문에 사의를 표했다.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은 삼성이 6억5000만 달러(약 7231억원)을 투자한 인도 최대 휴대폰 공장이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 접견 이후 준공식 축사에서 "오늘 준공한 노이다 공장이 인도와 한국 간 상생협력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을 비롯한 재계 껴안기 행보에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금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2년 연속 브랜드 신뢰도 1위"라며 "그동안 삼성전자와 협력사 임직원들이 인도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노이다 공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삼성전자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공장이 됐다"며 "이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에는 인도와 한국, 50여개 부품회사의 노력과 기술이 함께 들어가 있다. 노이다 신공장의 준공으로 이들 중소 부품업체들도 더 많은 일자리 창출과 수출의 기회를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엔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특별히 참석해 삼성의 인도 투자에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그간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의 만남의 수위를 놓고 적지 않게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이 부회장의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노이다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에서 문 대통령 우측으로 세번째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노이다 공장 입구에서 이 부회장의 영접을 받는 등 사실상 이 부회장의 안내를 받았음에도 행사장 내에선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준공식에서 이 부회장의 좌석은 문 대통령 우측 세번째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앉혔다.

문 대통령은 행사 말미에 이 부회장에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으며, 이 장면이 인도 현지TV를 통해 생중계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의 복잡한 사정은 차치하고, 중국계 기업들과 점유율 1%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이 부회장과의 만남에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향후 친기업 행보에 적극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함께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왜 오면 안 되는 것인가.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삼성에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언급한 만큼 이 부회장으로서도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의 이번 인도 노이다 신공장 준공으로 현지에선 20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