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기술사법 개정이 급하다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0 17:12

수정 2018.07.10 17:12

[특별기고]기술사법 개정이 급하다

기술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국가기술 최고 자격자로서 기계, 전기, 화공, 건설, 정보, 통신, 전자, 환경, 에너지, 안전, 농림 등 과학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의 각종 공공시설물이 품질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학적·구조적으로 설치한다. 국민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설물의 설계와 감리, 시공, 유지.관리 업무를 한다. 이런 엔지니어링(공학)과 관련된 핵심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기술사다. 도시를 계획하고 고속도로를 건설해 도시와 도시를 잇고, 수십㎞의 터널을 뚫고, 교량을 놓고, 지하철을 만들어낸다. 전기가 집집마다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기계와 사람 간 소통이 되게 하기도 한다. 지난 55년 동안 5만여명이 선발돼 활동하고 있다.


기술사들이 국민들로부터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시스템적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첫째, 기술사의 업무가 타 법령에 따라 침해를 받더라도 이를 제한할 법적 근거와 고유한 업무영역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둘째, 각종 법령에서 기술사와 동등하게 인정하는 글로벌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학.경력의 특급기술자제도, 역량지수제도 등 소위 '인정기술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기술사 자격의 실효성을 저하시키고 이공계 우수인재 유입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어 신진 기술사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는 이공계 전문직 일자리 창출에 커다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글로벌 룰을 적용할 시점이다. 실제 미국에서 기술사의 역할은 우리나라와 같다. 크게 다른 점은 기술사 면허(또는 등록)가 없으면 각종 설계도서 등에 서명날인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우리나라는 이 부분이 법령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역량지수제와 같은 글로벌 룰에 맞지 않는 규제를 철폐하고, 고급 엔지니어 양성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술사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또한 공공의 안전 확보를 위해 기술사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기술사 업무수행 결과물인 설계도서 등에 서명날인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기술사법에 명시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 '기술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국가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이른바 입찰용 기술자를 양산하지 말고 해당 프로젝트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최고의 엔지니어에게 책임과 권한을 위임, 글로벌 시스템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

특히 '기술자 역량지수'라는 글로벌 기준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 질서를 무너트리면 이것이야말로 적폐 중 적폐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미국 텍사스주 정부 및 호주 정부와 기술사 자격의 상호인정 협정을 체결했다. 그 외에도 캐나다, 유럽연합(EU),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의 국가와 기술사 자격의 상호인정 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 준다면 협정 체결국이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이 세계 각국에 진출해 활동하려면 스스로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역량을 높여야 한다. 정부에서도 기술사 제도를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고, 기술사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도록 지원해 해외 엔지니어링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기술사 제도의 선진화·글로벌화는 소리 없는 메아리가 될 뿐이다.

김재권 한국기술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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