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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정부는 원자력학회 고언을 외면하지 말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0 17:13

수정 2018.07.10 17:13

과속 탈원전 재검토 촉구 "산업 생태계 무너질 수도"
한국원자력학회가 9일 정부에 범국민 공론화 절차를 밟아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로 600여개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원자력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다. 원자력기술 전문가 5000여명이 참여한 학술단체가 원전산업 붕괴와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막아야 한다는 충정을 토로한 셈이다. 전기료 인상 압박 등 과속 탈원전 드라이브가 각종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문재인정부가 전문가 집단의 생생한 고언에 귀를 기울일 때다.

그러잖아도 원전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한 정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초반부터 스텝이 꼬이고 있다. 2030년까지 발전량의 20%까지를 태양광.풍력 등으로 충당한다는 목표의 비현실성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신재생발전이 낮은 경제성에다 환경문제로 인한 주민들의 반발 등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는 게 그런 징후다. 오죽하면 환경부가 얼마전 경북 청도에서 짓고 있던 태양광발전소가 산사태로 무너진 뒤 '태양광발전 사업 환경성평가 지침'까지 마련했겠나. 오는 8월부터 백두대간과 경사 15도 이상의 산비탈에는 태양광시설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다니 말이다.

이러다간 탈원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전기료 인상이 없을 거라던 정부의 공언은 허언이 될 판이다. 벌써 한전 사장이 '콩 값보다 싼 두부 값'을 거론하며 요금인상에 군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신규 원전 4기 건설 취소 결정으로 인한 전력생산 손실분을 재생에너지원으로 메운다는 구상의 비현실성은 차치하더라도 문제는 심각하다. 대용량발전이 어려운 태양광발전소 등을 여러 곳에 짓는다손 치더라도 엄청난 송배전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우리보다 먼저 탈원전을 표방했던 나라들이 속속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특히 이 중 프랑스, 미국 등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리나라와 22조원 규모의 원전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탈원전으로 국내에서 부품과 전문인력 공급 사슬이 끊어지고 있는 판에 해외로 4세대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원자력학회의 주장을 탈원전을 기조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재고하는 기회로 선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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