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법조인]

김치중 변호사 "주 52시간 시대, 법률리스크 줄이려면 기업별 진단 필요"

국민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인가, 기업과 근로자 모두 혼란만 가중될 것인가.

법무법인 바른의 '노동 전문가' 김치중 변호사(63·사법연수원 10기·사진)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지닌 노사관계나 근로시간의 의미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파악해야 하는 '혁명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구 근로기준법에서는 초과근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는 지가 관심이었다"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추가비용이 들더라도 채산성만 있다면 '근로자에게 일을 더 시키기로' 결정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결정을 경제성의 관점에서만 판단할 수 없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주류였던 사회는,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다수인 사회로 변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적정한 대가가 주어지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과다한 근로는 삶의 질을 해치는 '악의 요소'로 평가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김 변호사는 해석했다.

하지만 기업은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노동시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가 시행돼 잠재적인 법률리스크를 안고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가장 큰 핵심은 형사처벌 문제"라며 "기존에는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그르쳐 위법을 범했더라도 추가 수당을 지급하면 됐지만, 이제는 근로시간 산출에 문제가 발생하면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해 사용자가 큰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책임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기업의 감시·감독 장치가 강화될 것으로 봤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는 근로자의 출입·휴게시간에 엄격한 통제와 기록 등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개인정보나 사생활 보호 문제 등 매우 민감한 이슈와 결부돼 있어 새로운 노사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문제"라며 "노동시간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으로 회사가 규정을 만들고 시행했더라도 증거에 의해 인정된 사실관계를 기초로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는 판단이 나올 여지도 있어 사전준비도 철저해야 하지만, 시행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의도와 다른 판단을 받는 결과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사용자와 근로자 간에 '근로시간이냐, 아니냐'의 끝없는 논쟁이 격화될 것"이라며 "법원에서도 형사책임 문제를 다루는 사안에서의 판단인 만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영역을 점차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라 노동 강도도 사실상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도 시행에 따른 기업들의 대처방안에 대해서는 기업 스스로 철저한 자기진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종전과 같은 해결책, 어느 기업에나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대응책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업자의 업종, 생산품목, 시장 구조 및 계절에 따른 변화, 수출 비중 등 온갖 사정을 감안해 그 사업장에 맞는 종합적인 처방을 찾아내야 한다"며 "새로운 제도에 맞는 새로운 근로시간 관리시스템과 보수체계를 갖추려면 그러한 종합적인 처방과 함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대한 점검도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기업은 주 52시간제 도입은 단순히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사관계 전반을 혁명적으로 바꾸게 되리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기업별 처방법도 달라야 하기 때문에 노동부의 지침만 따르기엔 한계가 있다. 입법초기나 정책도입 초기에는 혼선이 있기 마련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선의에만 기대어 노사관계를 관리할 수는 없으니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최선책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며 "구제적인 사건 처리를 통해 판례가 생기고 기준이 정착될 때까지는 전문가에게 회사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 때 그 때 구체적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