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NATO 정상회의 들쑤신 트럼프, 방위비-러시아 놓고 맹공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2 16:37

수정 2018.07.12 16: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개별 회담을 앞두고 서로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개별 회담을 앞두고 서로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다.AP연합뉴스
유럽 동맹들과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예상대로 한바탕 소란을 피운뒤 다음 목적지인 영국으로 떠났다. 그는 다행히 나토 탈퇴 같은 극단적인 발언은 꺼내지 않았지만 해묵은 나토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동시에 러시아를 놓고 애꿎은 독일을 공격하면서 임박한 러시아 정상회담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美 트럼프 '돈 내라' 유럽 동맹 닦달
회의 전날부터 트위터를 이용해 유럽 국가들이 나토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전날 29개 회원국 가운데 올해 지난 2014년에 합의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지출 계획을 지킬 수 있는 회원국이 미국을 포함해 8개국에 불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나토 방위비로 GDP의 4%를 내야한다고 불쑥 주장했다. 회원국 가운데 돈을 가장 많이 낸 미국도 지난해 GDP의 3.57%에 해당하는 돈을 냈다. 일단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GDP 2% 지출목표를 달성하자는 주장을 재확인하고 회의를 끝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회의장을 떠나면서 회원국들이 "2025년이 아니라 지금 당장" 2% 지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며 목표 연도를 틀리게 말하기도 했다.

사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회의에 등장한 4%라는 수치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미 말했던 수치라고 해명했다.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는 WSJ를 통해 백악관 보좌진도 4% 발언에 깜짝 놀랐다며 대통령이 전에 그러한 제안을 꺼낸 적이 없었고 실현 가능성도 낮다고 밝혔다. 루만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은 정상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정상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4% 제안에 얼마나 진지한 건지 자문하고 있다"며 혼란한 상황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영국으로 이동한 뒤에도 트위터를 통해 "전임 대통령들은 독일과 다른 부유한 나토 회원국들이 러시아로부터 보호받는 대가를 내도록 하는데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 등 나토 회원국들은 비용의 한 조각밖에 내지 않고 미국은 유럽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쓰는데 유럽과 무역에서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 썼다.

■ 독일에 화풀이, 정치적 계산?
트럼프 대통령은 불공평한 회비에 대한 불만을 유럽에서 가장 돈이 많은 독일을 향해 풀었다. 지난해 독일은 GDP의 1.24%를 나토 방위비로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당일 스톨텐베르크 총장과 아침을 먹으면서 독일이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위해 참여하고 있는 '노드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을 염두에 두고 독일 정부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은 러시아에서 많은 에너지를 수입하기 때문에 내가 알기로는 러시아의 포로가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2일 트위터 발언에서 "(방위비를 제대로 안 내는 유럽 국가들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독일인데 독일은 러시아로 부터 보호받길 원하면서도 새 가스관으로 수입하는 에너지 때문에 러시아에 수십억달러를 건네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모든 나토 회원국은 2% 방위비 목표를 지켜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4%를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데릭 콜렛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첫 단독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와 지나치게 친하다는 비난의 방향을 독일로 돌리려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첫 정상회담에 부담이 적지 않다.
독일 역시 러시아산 에너지 때문에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부분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해 대해 "나는 소련이 지배하던 동독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데 지금 통일을 이뤘다는 점에 매우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우리가 구상한 정책을 스스로 결정하며 이는 매우 좋은 것"이라만 밝혀 트럼프 대통령의 시비에 직접 대응하지 않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