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깜깜이 신용평가’ 재점검해야할 때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2 17:09

수정 2018.07.12 21:32

[기자수첩] ‘깜깜이 신용평가’ 재점검해야할 때

"의지의 문제인가, 능력의 문제인가."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채권 디폴트 사태가 터지자 시장에서 신용평가업계에 던지는 질문은 이렇게 요약된다. 신평사들이 국내 신용등급의 평정 능력은 물론 도덕성까지 의심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CERCG가 보증한 역외 자회사 채무 3억5000만달러 규모에 대한 지급보증과 관련 크로스 디폴트가 난 지 두 달이 돼가지만 책임자들은 아직 사태의 원인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CERCG는 지난달 말 자구안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이달 중순으로 미뤘다.

'차이나 리스크'는 하루아침에 불거진 일이 아니다. 올해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암울한 관측은 중국 관련 채권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ERCG가 국유기업이 아니라는 시장의 주장에 맞서는 신평사의 논리싸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신평사와 증권사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채권을 인수한 증권사들 간에 책임을 지적하며 소송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숙한 신용평가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KT ENS의 데자뷔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2014년 KT ENS는 모기업인 KT로부터의 지원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신용시장에서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KT ENS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기업어음 피해 투자자가 생겨났다.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신평사 실무진 사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신평사의 고객사 유치와 수수료 경쟁이 후한 신용평가를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깜깜이 신용평가도 도마에 올랐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미공시 제도에 숨어 많은 불법들이 자행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귀띔했다.

지급보증을 한 CERCG도 등급 미공시 대상이었다.
이 회사가 어떤 기업인지 투명하게 공개됐다면 등급산정 오류는 줄일 수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 제동을 걸 금융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신평사의 신용평가 산정방식을 더욱 엄격하게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며 당국의 감독에 아쉬움을 표했다.


신평사는 물론 대표주관을 맡은 증권사, 금융당국은 신용도 산정법과 모니터링 능력 등을 재점검해야 할 때다.

khj91@fnnews.com 김현정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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