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의 디지털 전략.. 진짜 주인공은?

미혼인 당신에게 2명의 이성이 호감을 표현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둘 중에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판단이 쉽지 않다면 주변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것이다. 혹은 웹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넘쳐나는 알맞은 상대찾기 프로그램에 조회해 볼 수도 있다.

신간 '모두 거짓말을 한다'의 저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할머니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비도위츠의 표현대로라면 할머니는 10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가족, 친구, 지인으로부터 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머릿속에 저장시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온 그야말로 데이터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흔히 빅데이터를 '기술'로 접근한다. 거대한 컴퓨터, 넘쳐나는 숫자 그리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전문가들. 이들이 우리가 상상하는 빅데이터의 형상이다.

다비도위츠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그는 인간 자체가 빅데이터라고 말한다. 빅데이터란 최근 몇 년 사이에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아니다. 아기들이 엄마가 안아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것도 빅데이터에 의거한 행동이다. 빅데이터 전문가라는 것이 따로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빅데이터 자산은 무엇일까.

최근 은행마다 야심차게 설립한 빅데이터센터와 어렵게 초빙한 분석가들일까. 혹은 디지털 전략을 위해 새로 뽑은 신입 행원들일까. 다비도위츠의 관점에서 은행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빅데이터는 수십년간 은행에서 근무해온 행원들일 것이다.

최근 은행들은 빅데이터 전문가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빅데이터 조직들이 생산해내는 날것의 자료들을 제대로 분석해줄 인재가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플랫폼은 바뀌었지만 사람들이 은행을 찾는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매일같이 고객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읽어내는 능력이라면 갓 입사한 행원보다 수십년간 은행 업무를 해온 이들이 뛰어나지 않을까. 20대보다는 40대 직원이 더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이 원하는 금융수요를 알고 있지 않을까. 디지털 시대를 맞아 많은 은행들이 세대교체를 통한 디지털 변환을 꿈꾸지만 '인간 빅데이터'들을 디지털 전략에 합류시키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금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