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정훈식 칼럼]‘문재인 청구서’ 줄줄이 대기중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2 17:10

수정 2018.07.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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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칼럼]‘문재인 청구서’ 줄줄이 대기중


요즘 항간에는 '문재인 청구서'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돈다. 대표적인 게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가 날아들 거란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따라 탈원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체에너지 부재와 수급난, 경제성 등을 놓고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경주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했고, 신한울원전 3·4호기와 천지원전 1·2호기 건설을 백지화했다. 정부는 지난해 탈원전을 해도 전력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전기요금 폭탄도 없다고 강조했다.


탈원전 선언 1년 남짓 만에 전기요금 인상 얘기가 솔솔 나온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운을 뗐다. 김 사장은 이달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저는 콩을 가공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콩과 두부의 소비왜곡' 해법으로 두부공장 자체의 원가절감, 소득 하위층에 대한 생필품으로 두부 가격 할인혜택 유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두부 가격'의 원가반영 등을 제시했다.

여기서 두부공장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연료를 수입해 전기를 만드는 한전을 말한다.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 신중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김 사장은 전력시장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정상적인 전력 소비자에게는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서 요금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전기 생산과 공급을 책임지는 한전 사장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당장 정부는 산업용 전기료 올리기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이 심야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한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비상이다. 이게 아니라도 이미 문재인표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펴는 과정에서 국민은 여러 곳에서 문재인 청구서를 받아들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한 축인 최저임금 정책으로 피부 물가가 꿈틀댄다.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 넘게 급등하면서 연초부터 생활물가와 외식물가가 고삐 풀린 격으로 치솟고 있다.

초음파·MRI 검사 등에 대한 건강보험을 확대하는 이른바 문제인케어 정책으로 인해 건강보험료도 인상을 예고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내년 건보료를 올해보다 3.4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인상률은 8년 만의 최대 폭이다. 최근 몇 년간 건보료 인상률은 많아야 2% 수준이었다. 더구나 직장인의 경우 평균 3% 임금인상분까지 치면 체감 인상률은 6%를 넘을 전망이다. 실업급여 확대도 마찬가지다. 청년실업난 해소와 고용확대를 위해 채용장려금을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 실업급여는 직장인과 기업이 내는 고용보험에서 나온다. 건보료 인상과 마찬가지로 고용보험료를 안 올릴 재간이 없다.

복지 확대와 친환경에 기반을 둔 J노믹스의 재원은 결국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직접 나오는 경우도 있고, 돌아서 나올 때도 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청구서는 안 통한다.
자기 돈이 나가면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켠다. 모든 국민이 청구서를 찬찬히 들여다볼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문재인 청구서가 진짜 루머에 머물면 좋겠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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