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전망 하향]

경기 나쁜데도 금리인상 시그널? 한·미 금리역전에 고민깊은 한은

통화긴축 소수의견 나와


한국은행은 12일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내고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 3%(4월 전망)에서 2.9%로 내렸다. 경기부진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이 요구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한은은 동시에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소수의견은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신호다.

같은 날 한은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엇갈린 신호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역전 폭이 커지는 것을 관리하기 위한 한은의 속내를 시장에 내보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기부진 상황에 외국인 자금 유출까지 겹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 결정했지만 금통위원 7명 중 이일형 위원이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지난해 10월에도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금통위는 곧이어 11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금통위 소수의견을 가장 강력한 금리조정 신호로 받아들인다. 특히 이 위원이 한은 추천 몫 위원이다 보니 한은 총재 의중이 실린 것으로 해석되곤 한다.

정반대의 신호도 포착됐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3.0%와 2.9%에서 2.9%와 2.8%로 각각 0.1%포인트씩 낮췄다. 이는 한은이 경기부진을 인정한 모습이다. 경기부진 상황에서 한은의 통화정책은 일반적으로 완화로 기울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은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완화를 유지하겠다는 의미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국과의 금리역전 폭 확대에 의한 외국인 자금 유출 상황을 후행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올해 9월과 12월 인상이 예상된다. 이 경우 현재 50bp(1bp=0.01%포인트)인 한국과 미국 간 금리역전 폭은 100bp까지 벌어지게 된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한.미 금리차가 50~100bp 벌어졌을 때 외국인 자금 유출이 본격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실제 지난 11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4.1bp 떨어져 연중 최저치인 연 2.054%로 장을 마치는 등 국채의 투자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외금리 차로 자금유출이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한은이 외국인 자금 유출 상황을 보고 후행적으로 움직인다면 금리인상 시점은 올 3.4분기보다는 4.4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요 경기지표가 부진했음을 감안하면 금통위 판단은 다소 매파적"이라며 "소수의견 등장에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조정됐고 고용부진 등을 감안하면 당장 8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은 쉽지 않다. 빨라야 올 4.4분기에나 금리인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와 관련, "금통위의 결정은 현 수준 유지"라며 "금통위의 공식적인 인상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