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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대란] 벼랑끝 자영업자들 "가격 올릴 수밖에"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2 17:34

수정 2018.07.12 17:34

프랜차이즈 최저임금 거부
커피·치킨·외식 업계 "가격인상 외에 방법 없어"
무인계산기 설치도 늘듯
비용부담에 채용 소극적.. 알바·단기근로자 '직격탄'
[최저임금 대란] 벼랑끝 자영업자들 "가격 올릴 수밖에"

"인건비 부담 때문에 매장별 무인계산기를 늘렸다. 최저임금 인상 시 배로 늘릴 계획이다."(주스 프랜차이즈업체)

"최저임금 올리면 알바생 휴식시간을 늘려서 근무시간을 줄이겠다."(옷가게 주인)

편의점, 커피숍, 식당, 치킨집, 옷가게 등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실상 거부를 선언했다.

최저임금 인상 시 상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프랜차이즈업체들은 무인계산기 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상품 값이 인상되고 채용은 줄어드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이들 매장은 아르바이트생이나 단기계약 근로자들이 저임금으로 근무하는 곳이 많다. 최저임금 인상 시 매장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12일 편의점주들은 전국 동시휴업을 선언했고, 소상공인협회는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책에 대한 모라토리엄(거부)에 나섰다.

식음료 프랜차이즈들은 아직까지 편의점 가맹점주들과 같은 단체행동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당장 다음달부터 일회용품 사용제한에 따른 추가 비용부담이 예상되는 데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를 경우 가격을 올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오르면 가격인상 불가피"

이디야,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엔제리너스 등 상위 10개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이미 인건비 부담으로 커피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일회용컵 대신 머그, 유리잔 등을 사용하게 돼 설거지, 매장 청소 등 인력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 상황"이라면서 "여기에 최저임금까지 추가로 급등한다면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인건비, 임대료 등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올해 배달비 유료화와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든 치킨.피자 등 프랜차이즈는 최저임금이 급등하게 된다면 결국 가격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구조상 가맹본부의 상생지원안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BQ, BHC, 교촌치킨, 네네치킨 등 치킨업체들은 국민 간식인 치킨값 인상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치킨값 인상 및 배달비 책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수십억원을 들여 상생지원에 나선다 하더라도 하나의 매장에 들어가는 지원 규모는 수십만원에 불과한 게 현실"이라면서 "가맹점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남은 방법은 가격 인상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배달비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치킨은 배달형 매장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배달 수수료가 오르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최저임금이 다시 한번 오르게 된다면 배달비가 공식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직원 근무시간 줄일 것"

대형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16.4% 올랐는데 한달에 인건비가 80만원 늘었다"면서 "인건비는 이익에서 빠지는 것이기 때문에 무작정 올리면 감당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보다 너무 많은 프랜차이즈가 생겼다는 점을 문제로 거론했다. 이 가맹점주는 "최저임금이 오르다 보니 본사가 가져가는 부분도 줄고, 월세도 조금 동결되는 분위기"라며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보니 이익을 남기기 힘들고, 그러다 보니 최저임금 인상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직원의 근무시간을 줄이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골프의류 전문점 점주는 "최저임금이 다시 오르면 직원 점심시간을 늘리거나 중간에 쉬는 시간을 만들어서 근로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면서 "의류업체들은 직영점에서도 대부분 근로계약서에 휴식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간에 쉬는 시간을 주더라도 손님이 왔는데 모른 척할 수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박신영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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