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증선위, 공 넘기기… '삼바 논란' 장기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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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수정요구 불가 입장에 증선위 '판단보류'로 응수.. 공시누락 대해서만 위법 판단
삼바 "신뢰 타격" 등 우려.. 행정소송 등 강경 대응 밝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12일 핵심 논점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면서, 공은 다시 금융감독원으로 넘어갔다. 증선위가 비교적 부수적 요소인 공시누락에 대해서만 위법하다고 판단, 삼성바이오는 일단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재감리가 예정돼 있어 분식회계를 둘러싼 불씨와 시장혼란 가능성은 여전히 남을 전망이다.

■금융위·금감원 갈등 증폭?

삼성바이오 감리조치안을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금감원이 증선위 조치안 수정 요구에 '불가' 입장을 지키자 증선위는 '판단보류'로 응수해 결국 '반쪽짜리' 결론이 나왔다.

증선위가 금감원에 핵심 지적사항에 대해 재감리를 요청하면서 삼성바이오 분식 논란은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금감원의 감리조치안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자회사)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 회사)로 회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날 증선위가 지배력 변경 관련 판단을 보류한 것은 한마디로 금감원이 제출한 자료로는 삼성바이오의 유무죄를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증선위는 "행정처분을 하려면 그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특정돼야 하는데 금감원 조치안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이른 시일 내 증선위 조치 관련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 금감원 입장과 구체적 대응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바이오, 행정소송 등 강력 반발

이날 증선위 결정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강력 반발했다. 회사 측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모든 회계처리를 적법하게 이행했다. 고의로 회계부정을 저지를 이유가 없다"며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공시를 누락하는 등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결론 내리면서 당장 회사의 대외 신뢰도에 흠집이 생겼다. 그동안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삼성바이오의 주장이 무색해진 한편 향후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이날 삼성바이오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가격제한폭(9.91%)까지 떨어졌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연간 18만L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3공장을 준공했다. 단일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이번 회계 논란은 대외적인 신뢰도 하락과 수주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바이오의 고객사인 다국적제약사들은 윤리 문제를 포함한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규정에 민감해 계약을 앞두고 있더라도 결정을 미루거나 재검토할 여지가 크다는 게 그 이유다.

증선위가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금감원의 재감리를 마칠 때까지 봉합되지 않은 채 결론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법적 대응에 미결론 사안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사태는 장기전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고의 공시누락은 치열하게 다퉈야 할 부분인데 증선위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졸속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향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 가능한 법적 수단을 강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