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국민연금 찬반결정 미리공개…단계적 로드맵 초안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년도 제4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7.4/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2020년엔 이사 선임까지 '개입' 적극적 주주권 행사
스튜어드십 코드 점진적 확대로 연착륙에 집중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한재준 기자 = 보건복지부가 다음달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다. 복지부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점진적이고 단계적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부터 당장 시작하는 내용은 주주대표소송 등 주주 활동 강화다.

앞으로는 주주총회에 참여해 특정 안건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할지 미리 공시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결정은 다른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주로서 연금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는 중점관리사안을 기존 배당에서 횡령, 배임 등으로 확대하고, 투자기업이 새로운 중점관리사안에 적응할 수 있도록 비공개 주주활동을 활성화한다.

2020년에는 중점관리사안이 개선되지 않은 투자기업을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정해 집중 대화에 나서고,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개적 주주권 행사로 전환해 압박 수위를 높인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을 마련했다.

스튜어드십 코드(SC·Stewardship Code)는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자금을 충실하게 관리하기 위해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주활동을 할때 따르는 가이드라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연금 사회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경영참여' 주주활동은 하지 않기로 하는 대신 그외 활동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주주권을 강화했다. '경영참여' 주주활동은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이사 선임과 해임, 정관 변경 제안 등이다.

국민연금은 17일 공청회를 열어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친 후 26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확정한다.

◇2018년 7월 도입기: 즉각 도입 가능한 주주활동

2018년 7월부터 국민연금은 즉각적으로 도입 가능한 주주활동에 시동을 건다.

우선 모든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내리는 결정을 주주총회 이전에 공개한다. 주총에 참여하는 다른 주주가 국민연금 결정을 참고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실효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실제 2017년 국민연금이 반대한 373건 안건 중 7건만 부결됐다.

의결권행사 사전공시는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던 국민연금의 기존 노선과 완전히 반대다. 지금은 의결권행사 내역을 주총 후 14일 이내에 공시하고 있다.

재벌 총수 갑질 논란 등 예상치 못한 사안으로 기업 가치가 떨어지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한다.

물론 지금처럼 비공개 대화를 우선 진행하되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되면 곧바로 공개서한 발송, 경영진 면담 등 공개 활동으로 전환한다. 이후에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해당 사안과 관련된 의결권행사와 연계해 실효성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기업 이사가 횡령, 배임 등으로 손해를 끼치면 주주대표소송를 제기한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주주대표소송을 하지 않았다. 다만 무분별한 소 제기를 막기 위해 형사재판에서 손해액이 확정되고 승소 가능성이 높은 사안에 한정한다.

배당을 안 하는 기업에 대한 압박도 강해진다. 국민연금은 배당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기업을 연 4~5개에서 8~10개로 늘린다. 해당 기업이 배당정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기업명 공개, 총회에서 안건이나 의제를 제안하는 주주제안권 행사 등을 추진한다.

◇2019년 적응기: 비공개 주주권행사

2019년에는 중점관리사안을 배당에서 횡령, 배임, 부당 지원(다른 회사를 부당한 방법으로 지원), 경영진 일가 사익 편취 등으로 확대한다. 스튜어드십 코드을 통해 투자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위험 관리에 돌입하는 것이다.

동시에 투자기업이 새로운 중점관리사안에 적응할 수 있도록 비공개 대화 등 비공개 주주활동을 활성화한다. 비공개 대화는 사실 관계와 기업 조치 사항 확인, 개선 대책 요구 등을 위한 이사회·경영진 면담, 비공개 서한발송 등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기금의 절반을 운용하는 위탁운용사를 활용한 주주활동도 확대한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는 곳에 가점을 줄 계획이다. 또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한다. 국민연금의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2020년 안착기: 공개 주주권행사

2020년은 확대된 중점관리사안을 안착시키는 해다. 국민연금은 중점관리사안에 대해 투자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했지만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그 기업을 '비공개'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한다. 비공개적 집중 관리 대상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등 개선의 의지가 없으면 해당 기업은 다음 단계인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전환된다. 국민연금은 중점관리사안에 대한 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해 공개 중점관리기업 명단을 공개하고, 공개서한을 발송할 수 있다.


더불어 국민연금은 중점관리사안과 의결권행사를 연계해 해당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다. 예를 들어 횡령, 배임, 부당지원행위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사건 당사자, 사건 발생 당시 재직 임원 등이 이사, 사외이사, 감사로 선임될 때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

또 기업은 손해를 보고 있는데도 임원보수가 지나치게 높다면 이사와 감사 보수한도나 퇴직금 규정 승인에 반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