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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부 학생 쫓아내 '술판'..전주가맥축제 비난

이승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5 12:58

수정 2018.07.15 12:58

/2017 전주가맥축제 자료사진
/2017 전주가맥축제 자료사진

【전주=이승석 기자】전북도 출연기관인 전북경제통상진흥원과 하이트진로가 지역의 독특한 음주문화를 관광형 축제로 확대하기 위해 ‘2018 전주가맥축제’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중학교 야구부 학생들이 연습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야구장에서 술판을 벌이기로 해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15일 전주가맥축제추진위 등에 따르면 전북경제통상진흥원과 하이트진로는 각각 1억2000만원을 투입해 내달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가맥축제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로 4회째인 가맥축제는 지난해 개최했던 전주종합경기장 주차장을 비롯해 이번에는 공간부족 등의 이유로 야구장 내부로 확대해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46년 전통의 전라중 야구부가 ‘현장교실’로 수십년째 쓰고 있는 야구장에서 축제를 벌이기로 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1972년 창단한 전라중 야구부 학생들이 학교 인근의 종합경기장 야구장을 줄곧 쓰고 있는 상황에서 내달 훈련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고교와 대학 진학, 프로야구단 입단 등으로 이어지는 꿈을 위해 ‘목숨’과도 같은 기량을 현장에서 쌓을 수 있는 유일한 ‘학습 공간’은 사흘간 열리는 가맥축제 준비를 위해 길게는 열흘가량 비워줘야 한다.


특히 전라중 야구부는 오는 24일 부산광역시 기장군에서 열리는 제48회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 지역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노리고 있다. 전국소년체전 야구 중학부 우승 등의 전통이 있는 전라중 야구부는 평소 학업과 병행하면서 부족했던 기량을 이번 여름방학 동안 더욱 강화하는 훈련에 돌입하는 등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야구부 학생 쫓아내 '술판'..전주가맥축제 비난
김진욱 전라중 야구부 코치는 “방학기간은 운동부 학생들에게 집중도를 높이는 등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대체구장을 확보한다 해도 이동과정에서의 사고 책임유무는 물론, 축제이후 구장의 안전성 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는 관계자는 “운동하는 아이들의 현장 교실에서 술판을 벌인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겠느냐”며 “작년 야구장 밖에서 진행된 가맥축제 이후에도 각종 쓰레기와 오물, 악취 등으로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더욱이 해당 야구장은 주말 야구동호인들도 사용하고 있어 특정학교 야구부 문제만도 아닌 상황이다.

가맥축제추진위가 전라중 야구부에 대체 야구장 임대와 야구발전기금(700만원) 지원, 전주시야구소프트볼협회에 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축제에 대한 정체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도내에서 생산되는 수제 맥주를 맛본다거나 축제의 명칭처럼 가맥집이 밀집한 거리와도 무관하다보니 술판인지, 축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장소 임대는 물론, 축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있는 전주시,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북경제통상진흥원 지역협력팀 관계자는 “작년 9만명이 찾다보니 축제를 위한 시설과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득이 해당 야구장에서 축제를 진행하기로 계획했다”며 “잔디 피해를 대비해 보증보험에 가입하고 대체구장 확보 등 다양한 지원으로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2press@fnnews.com 이승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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