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최저임금 결정 파장] "소상공인은 국민 아닙니까" 분노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5 17:27

수정 2018.07.15 18:10

내년 최저임금 8350원 동네 치킨집·지방 편의점 '알바보다 못한 사장님들'
[최저임금 결정 파장] "소상공인은 국민 아닙니까" 분노

【 서울·김천(경북)·통영(경남)=김병덕 한영준 박소연 오은선 기자】 "이 동네 편의점들은 지금도 최저시급을 못 맞춰주고 있어요. 더 오르면 알바가 더 많이 벌 것 같은데."(경북 김천의 곱창집 김진표(가명) 사장)

"매출은 나오지만 원재료나 식자재 비용이 뛰니 남는 게 별로 없다. 더 오르면 인근에 테이크아웃 형 닭꼬치 가게를 하려고 생각 중이다."(서울의 치킨집 최영진(가명) 사장)

최저임금위원회가 2019년 최저임금 인상(10.9%)을 결정한 다음 날인 15일 만난 소상공인들 반응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숨을 내쉬며 생계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적용하는 것도 버거운데 내년 인상분을 어떻게 반영하느냐는 것이다.

■"올해분도 못 주는데, 걱정"

김 사장은 "어제 TV에서 하루종일 최저임금 이야기가 나와서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인 걸 알게 됐다"며 "계산해보니 하루에 8시간만 일해도 한달에 200만원 정도 벌겠더라. 이제 장사하는 것보다 알바하는 게 돈을 더 벌겠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 사장은 이어 "젊은 친구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이야기를 듣는데 동네 편의점은 아르바이트 시급이 7000원도 안 된다고 하더라"면서 "근데 여기서 또 올리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김천 자산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우리는 겨우 맞춰주고 있지만 주변 편의점은 작년 최저시급과 비슷하게 주고 있다고 들었다"며 "여기는 대도시도 아니고 유동인구도 얼마 없는데, 기본 상품원가 빼고 나면 계속 오르는 최저시급을 어떻게 맞춰주느냐"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삼겹살 전문점 사장은 "밑반찬이나 물 같은 것들을 셀프서비스로 바꾸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몸은 힘들겠지만 직원들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하는 방법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통영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가 컸다. 통영 노대도에서 3명의 스리랑카인을 고용하고 있다는 50대는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 챙겨주는데도 양식장 물고기들 먹이 줄 때 비용을 따로 챙겨달라고 하기도 한다"며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수준보다 더 많이 주고 있는데 내년에도 오르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동맹휴업은 언감생심"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단순히 주인과 종업원 간 이슈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재료를 생산하는 업체들부터 최저임금이 오르게 되니 납품가격이 올라가고 자영업자들로서도 원가부담이 커진다는 것. 인건비와 재료비가 함께 오르니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서울 송파구의 치킨전문점 점주는 "최저임금 인상에다 주휴수당까지 줘야 한다"면서 "배달대행료도, 최저임금도, 재료가격도 오르는데 치킨 가격은 올리면 반발이 크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서울 동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편의점주는 "본사 지원정책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최저임금 상승 때 내놓은 지원정책도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별로 없다"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본사는 지난 최저임금 상승 당시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약속했다.

이어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추진하는 편의점 동시휴업에 대해서도 회의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한 점포만 가지고 있는 점주는 휴업이 폐업이나 마찬가지"라며 "일부 언론에 나온 것처럼 알바생보다도 월급을 못 받는 상황에서 휴업은 생계가 달린 문제라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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