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한국경제 위기, 뒤늦은 깨달음

정부가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미·중 무역갈등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투자·소비 등도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세계경제 개선, 수출호조 등에 대해서도 '회복세 지속요건'이 아니라 '긍정적 요인'일 뿐이라고 낙관론의 수위를 낮췄다.

정부는 8개월째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을 유지했지만 향후 경기에 대해서는 불확실성 확대로 선회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고용쇼크와 투자둔화, 전통 제조업 부진 등 각종 경제지표가 내리막길을 걷고 민간 경제전문가 경고가 이어져도 '곧 나아질 것'이라는 청사진을 거두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라도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였다고 해석되는 점에선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뒤늦은 감도 없지 않다. 정부가 현장에서 들리는 경제침체 우려 목소리와 흔들리는 여러 경제지표를 외면하는 사이 사회적 갈등은 깊어졌고, 기업들은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경제동향 7월호'(그린북)에서 우리 경제에 대해 미·중 무역갈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종합평가했다. 정부가 불확실성 확대 등 부정적 요인을 직접 언급한 것은 지난해 10월 '견고하지 않은 내수회복세' 이후 처음이다.

기재부는 또 세계경제 개선, 수출호조, 추경 집행 본격화 등에 대해 '긍정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엔 '회복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경기회복세 전망은 2017년 7월 이후 그린북에서 빠지지 않은 단어였다. 이달엔 미래를 예측하는 '회복세 전망'은 사라지고, 단순히 상황을 파악한 '긍정적 요인'으로 대체됐다.

그린북이 국내외 경기 흐름을 분석해 현재 우리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전망을 제시하는 공식 보고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부의 태도 변화라는 해석이 많다. 회복세 흐름만 고집하기엔 고용부진 등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고용쇼크의 원인으로 경기적 요인과 최저임금을 꼽았다. 고용은 문재인정부의 핵심 정책이고 한국 경제의 현 위치를 평가하는 중요 잣대다. 경제수장이 이런 정책에 대해 이례적으로 부정적 판단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시점을 두고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가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동안 이미 사회는 노동계와 기업·소상공인으로 갈라져 대립했고, 고용·투자·소비 등은 개선에서 멀어졌다. 일부에선 정부에 불복종 선언도 했다.

물론 경제는 심리이고 생물이다. 섣부른 위기론은 불안감만 높여 경제를 더욱 위축되게 할 수 있으며 경제는 생물처럼 예측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라는 점을 인정한다.
경기가 나빠지고 갈등이 불거진 후 대응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책자 '전략의 본질'을 보면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패했던 것은 군사력이나 정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전쟁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고집만 피웠던 지도자들의 '뒤늦음' 때문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