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명분·민심 다 잃은 최저임금위의 惡手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5 17:35

수정 2018.07.15 17:35

[데스크칼럼] 명분·민심 다 잃은 최저임금위의 惡手

이제 1650원 남았다. 내년 7월 1650원만 더 올리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목표가 달성된다. 최저임금 이야기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과감하게(?) 2019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보다 10.9% 올린 수준. 2017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6470원인 것을 고려하면 2년 새 29.1%나 올라가게 됐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8000원을 넘어서는 것은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는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노동계 주장(1만790원)과 경영계(7530원) 주장 사이에서, 또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중소기업·소상공인과 대통령의 공약 사이에서 한 절묘한 선택이다. 노동계와 대통령 공약, 경영계와 중소·소상공인 입장을 모두 반영해 중간 정도의 입장을 취한 것이다. '솔로몬의 선택'이 되기를 바라며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경영계는 정권의 눈치를 본 결정이라며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결정으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걱정인 곳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특히 최저임금 추가 인상 결정으로 소상공인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올해 인상분을 반영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직접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정말 폐업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상공인업계에서는 '공동휴업' '모라토리엄' '불복종운동' '국민저항권' 등 거친 단어들이 나오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소상공인들이 벌이를 포기하고 법을 어기겠다는 것이다.

실제 자영업 한 곳의 영업이익은 월평균 209만원으로 임금근로자 월평균 소득인 329만원의 63%대에 그치고 있다. 또 편의점 사장, 오전 아르바이트생, 야간 아르바이트생 중 가장 수입이 많은 사람은 야간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들도 최저임금 인상이 피할 수 없는 명제임을 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크지 않았다. 속도를 조절해 달라는 것, 5인 미만 사업장 소상공인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들의 주장은 공익위원들의 전원 반대로 부결됐다.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 정부는 지원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물론 카드 수수료 인하 등 방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의 마음을 달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 결정 이후 소상공인연합회가 내놓은 주장 중 '뒤집혀진 운동장'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새 정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실제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소상공인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예 뒤집힌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묘수'를 바라고 수를 냈지만 결국에는 명분도 민심도 잃은 수가 됐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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