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GS-SK가 만든 '주유소 택배서비스' 홈픽, 현장 가보니

지령 5000호 이벤트
현재 개인이 택배를 보내려면, 택배회사에 연락해 물품수거를 부탁해야 한다. 하루, 이틀을 기다리는 것은 물론이고 택배기사가 언제 방문할 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외출하는 것도 적잖게 신경쓰인다. 어렵게 만난 택배기사는 눈 대중으로 물건의 무게를 가늠한 후 가격을 책정해 현금을 요구한다. 이렇게라도 만나면 다행이다. 택배기사를 기다리다 지친 이들은 직접 무거운 물건을 들고 편의점이나 우체국으로 가야만 택배를 보낸 수 있는 구조다.

불편해도 너무 불편하다. 하지만 개인이 택배를 부칠 일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홈쇼핑, 이커머스 상거래 급증에 따라 '반품'도 그만큼 증가한 탓이다. 주유소 택배 '홈픽'은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겠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 내 홈픽사무소는 서비스를 개시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택배물품들이 쌓여있었다. 서울시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와중에도 (주)줌마 직원들의 송장 출력은 한창이었다.

사무실 벽면 한 가운데엔 '기다림을 줄이다. 편리함을 높이다'라는 홈픽의 목표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도대체 '홈픽'은 기존 택배와 무엇이 다르기에 이처럼 편리함을 자신하는 걸까. SK와 GS가 줌마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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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줌마 김영민 대표(오른쪽)와 직원이 고객의 배송품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r\n우선 주문방식과 결재방식이 다르다. 카카오톡, SKT NUGU, 네이버톡톡, 홈픽홈페이지, 대한통운 앱 등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주문하면 1시간 안에 홈픽 피커(Picker)가 집으로 찾아와 무게와 상관없이 5500원(현재 이벤트가 3990원)만 받고 수거해간다. 기사와 무게를 두고 실강이를 할 필요가 없다. 피커 한 사람이 반경 3㎢ 내 택배를 담당한다. 수거한 물건은 인근 주유소로 모이고, 대한통운은 주유소에서 물건을 인수받아 각 가정에 배달하는 구조다.

그런데 왜 하필 주유소였을까?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 (주)줌마를 창업하기 직전까지 NS홈쇼핑에서 물류업무(SCM)를 맡아 SCM팀장으로 일해온 김 대표는 "어디에 있는지 누구나 알 수 있고, 주거나 오피스 밀집지역과 가깝고, 차량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곳은 주유소라고 생각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편의점과 비교하면 보다 효율적이다. 홈픽사무소 1곳을 방문해 수거할 수 있는 양의 물건을 수거하려면 편의점 10곳 이상을 방문해야 한다.

홈픽서비스는 SK나 GS입장에서도 '일석이조'다. 이명희 SK에너지 네트워크사업개발팀장은 "주유소 평균 수익은 월 250~300만원 수준으로 경영난이 심각하다. 그러나 지금까진 기름냄새 등으로 주유소의 여유공간을 활용할 다른 사업을 찾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주유소는 세차장, 편의점 이외에는 다른 사업이 없다. 그는 "홈픽서비스를 통한 임대수입으로 각 주유소의 수익이 기존 대비 약 3분의1 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C2C시장은 연간 10%이상 성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개인 택배물량은 2007년 처음으로 8억개를 돌파한 후, 10년 후인 2017년 23억개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10년 만에 약 3배 증가한 셈이다. 줌마는 홈픽서비스 3년차에 6000만개(3300억원)을 달성해 'C2C 넘버1'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게 1차 목표다. SK에너지 3500곳, GS칼텍스 2500곳 등 전국 6000여개 주유소를 중간 집하장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홈픽에 부여하는 의미는 더 크다. 이들은 소비자가 편리하게 택배를 보내고, 주유소 수익이 늘어나는 것 이외에도 '사회적 가치'도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줌마가 3년차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 160여명 수준인 피커가 적어도 5000명은 있어야 가능하다. 또, 그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 왔던 택배기사의 살인적인 업무량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일자리는 늘리고, 택배기사의 고충도 줄여주는 셈이다.

이들 두 기업은 앞으로도 홈픽과 같은 '공유인프라'를 통한 혁신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이명희 팀장은 "홈픽은 주유소라는 기존 자산을 '공유 상태'로 바꿔 자산효율과 비즈니스모델 혁신을 도모하는 공유인프라의 첫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