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국 BOE의 ‘LCD 저가 공세’ 자기 발목 잡으며 주가 반토막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6 17:35

수정 2018.07.16 17:35

中정부 도움으로 치킨게임, 수익성 악화되자 가격 올려..국내 업체들 "영향력 미미"
액정표시장치(LCD) 업계 '고사 작전'을 폈던 중국의 BOE가 전략 변경에 나섰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BOE는 그동안 원가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는 등 경쟁사 밀어내기에 적극적이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LCD 패널가격은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정작 BOE도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웠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향후 패널 가격 변화를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7월 상반기 32형 LCD 패널가 상승 배경에는 중국의 BOE의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위츠뷰에 따르면 32형 TV 패널 가격은 46달러로 6월 하반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약 1년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도 대부분 소진된 상태일뿐 아니라 BOE도 34형 가격을 올리는데 주도적으로 나섰다"고 전했다.

BOE가 32형 패널가격을 올린 이유는 BOE 역시 LCD 업계 고사작전으로 인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BOE는 중국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LCD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탓에 현재 LCD 업계는 끝이 보이지 않는 체력전을 견디고 있다. 일례로 AUO, 이노룩스 등 대만 패널업체들은 65형 LCD 패널 생산 비중을 낮췄다. 대신 노트북, 모니터 등 시장 규모가 다소 작은 분야에 주력했다.

BOE는 지난 1·4분기에 주요 패널업체 중 최대 수준인 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는 마이너스 2%였다. 하지만 BOE가 이같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덕분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중국 패널업체가 정부 보조금, 낮은 임금 등으로 유리한 사업 환경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BOE 주가도 반 토막으로 곤두박질쳤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BOE 주가는 32% 이상 하락했다. 상해와 선전 시장에 상장된 50개 대기업 중에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BOE가 운영하는 공장 중 일부는 지분의 90%가 지방정부 소유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세트업체들도 BOE의 저렴한 가격에 무조건 좌우되지 않는다"며 "BOE가 언제까지나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BOE의 전략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BOE의 수익성 위주 전략 선회는 하반기 65형 TV 패널가격 하락 완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최영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번 패널가격 하락은 BOE가 가진 가격 주도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일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대형패널을 주력 생산하고 있는 국내업체들에게는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분석했다.
최영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는 "무기한 치킨게임을 벌여왔던 BOE가 가격 반등을 꾀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며 "대형 패널 가격에도 반등세가 옮겨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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