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아니라 기회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7 17:16

수정 2018.07.17 17:16

[특별기고]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아니라 기회

전 세계 약 97%의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현재진행형이며, 그 책임의 대부분은 인류의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에 있다는 '인위적 온난화론'을 지지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위험요인이라는 것이 세계경제포럼 참여자들의 일관된 견해다. 과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빠른 속도로 줄지 않는다면 불과 20여년 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견줘 2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0년대부터다. 교토의정서가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큰 선진국 중심의 대응체제라면, 파리협정으로 열리게 될 새로운 기후체제는 개발도상국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함께 나눠 가지는 범지구적 대응체제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기후체제에서 무임승차는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6위인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다. 2015년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감축목표를 유엔에 제출했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나 감축에 나설 수 있는 국가 역량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감축목표는 낮은 수준이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제사회로부터 돌아온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평가였다. 국가감축 목표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9600만t을 해외에서 감축하겠다는 계획이 신뢰를 주지 못한 탓이다. 감축 주체와 이행수단 면에서 불확실성이 큰 해외감축 계획을 손보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평가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과거에 설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유지하면서도 국외감축량은 최대한 줄여 불확실성을 해소하기로 했다. 이는 국외감축분의 상당량을 국내감축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배출원별로 감축량이 늘어나게 되는데 우리나라 산업계와 발전, 건물, 수송, 공공, 폐기물, 농업 등 각 부문이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 과거 로드맵에서 예고했던 산림흡수원 활용방안이 이번에 포함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로드맵 수정안이 발표되자 국내 산업에 너무 가혹하다거나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감축 수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모두 귀담아들어야 할 의견이지만 경제가 환경에 우선돼야 한다거나 거꾸로 환경을 위해 경제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은 둘 다 낡은 패러다임의 산물이다.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을 분리하는 '탈동조화' 가능성은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을 '부담의 공유'가 아니라 '기회의 공유'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접목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온실가스 감축을 경제에 대한 부담요인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기술혁신과 경제구조 혁신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세계 언론들은 파리협정을 통해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예견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의 무임승차 행렬에 합류할 것인지, 아니면 기후와 경제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나설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온실가스 감축 논의를 통해 우리가 진실로 원하는 미래에 대한 사회적 공론의 장이 더욱 활짝 열리길 기대한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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