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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개념소비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8 16:31

수정 2018.07.18 17:36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18'이라는 책에서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왝더독(Wag the dog)'으로 꼽았다. 왝더독은 말 그대로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로 주객이 전도됐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요즘 소비시장에서 이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사은품을 받기 위해 본상품을 사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푸드트럭의 인기가 전문음식점을 능가하고, 중소 브랜드가 내로라하는 대형 브랜드를 뺨치기도 한다. 전통적인 소비 트렌드를 거스르는 파격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파격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가치소비가 이끈다. 2000년대 웰빙, 2010년대 힐링의 바통을 이어받은 가치소비는 자신이 가치를 부여하거나 만족도가 높은 제품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가치소비는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젊은 소비층)가 주도한다.

욜로와 가치소비가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면서 최근엔 개념소비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보다 깐깐해진 소비자들이 '의미 있는 제품'을 골라내고, 환경쓰레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소비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최근 쓰레기 대란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자 소비재 기업을 중심으로 쓰레기를 줄이려는 자구노력을 다각적으로 펼치고 있다. 커피전문점들이 종이컵 없애기에 나서고 비닐 빨대를 친환경 빨대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대표적이다. 이에 발맞춰 소비자도 개념소비를 앞세워 환경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재사용할 수 있는 텀블러와 친환경 빨대가 불티나게 팔리고, 친환경세제도 인기가 치솟는다. 가격이 조금 비싸도 자신의 가치에 부합한다면 어느 정도의 부담은 감수한다.

이제는 기업들도 제품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제품과 마케팅 전략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제품에 품질도 담아야 하지만 그 제품이 갖는 사회적 가치와 함께 기업가정신도 담아야 성공할 수 있다. 산업에 기업가정신이 있다면 소비시장엔 소비자정신인 개념소비가 있다.
개념소비라는 말이 거창하다면 그냥 착한 소비라고 해도 무방하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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