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강문순의 이슈 들여다보기] 규제 따라 울고 웃는 기업.. MB정부땐 한전 6년 연속 적자 수모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8 17:11

수정 2018.07.18 21:05

규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
인터넷은행 케이뱅크 은산분리 정책에 발목 2차 유상증자도 실패
규제 푼 화장품산업은 K뷰티 르네상스 시대


[강문순의 이슈 들여다보기] 규제 따라 울고 웃는 기업.. MB정부땐 한전 6년 연속 적자 수모


미국 월가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맞서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미국 중앙은행의 의중과 반대로 움직이면 투자 손실을 볼 확률이 높다는 메시지다. 한국에도 마찬가지로 '정부(정책)에 맞서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제 유가나 다른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음에도 정부는 "물가를 잡는다"는 핑계로 수년 간 가정용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그로 인해 한국전력은 2013년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은 시가총액 13조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배까지 하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박근혜정부 들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면서 2만원까지 떨어졌던 한전 주가는 2016년 6만원을 훌쩍 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문재인정부가 탈원전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원가부담이 높아졌고, 한전은 2분기 연속 적자로 돌아섰다. 주가 역시 내리막을 타면서 현재 3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규제와 기업실적 '반비례'

규제와 기업의 주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시장에 많은 간섭을 한다. 통신비,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관련 기업의 실적은 악화되고, 주가는 하락세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개사 가운데 10년이 지난 2017년에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에너지기업인 엑손모빌뿐이다. 나머지 자리는 애플,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삼성전자 등 4차 산업혁명 관련주들이 메웠다.

각종 규제 때문에 한국은 반도체 이후 먹거리가 안 보인다는 우려가 많다. 기존 철강, 자동차 등 주력업종은 경쟁력 저하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화장품산업의 발전은 규제완화가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뿐이다. 철강, 조선 등 주력산업 이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앞선 유전자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들은 국내 검사항목 규제를 피해 미국, 일본 등으로 나간다. 중국이 1억명의 고객을 확보한 원격진료는 20년 가까이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카풀서비스 스타트업인 풀러스의 출퇴근시간 선택제는 불법으로 막았다.

■30년 낡은 규제 '은산분리'

금융 분야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가 은행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는 이 규제에 발목이 잡혀 결국 2차 유상증자에 실패했다. 인터넷은행은 낡은 규제 때문에 선진국보다 20여년 늦게 출발했지만 그마저도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반쪽 출범에 그쳤다.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는다는 논리도 30여년 전 낡은 사고방식의 산물이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요즘 대부분의 대기업은 투자할 곳이 없어 사상 최대의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수십억 뇌물죄로 기업 총수가 구속되는 등 사회도 많이 투명해졌다.

관치금융과 은산분리 규제의 결과는 소비자의 편익을 해치는 결과로 나타난다. 지난 3월 한국은행 서정의 국장은 "소수 은행의 과점 탓에 국민들이 연간 20조원의 이자를 추가 부담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금융빅뱅 시나리오' 책을 펴냈다.

한국과 같은 과점체제였던 영국은 네거티브 규제와 경쟁 활성화로 핀테크(금융+기술) 강국이 됐다. 영국은 2010년 150년 만에 메트로은행을 시작으로 매년 2~6개씩 30개의 은행을 허가했다. 경쟁을 통해 이자는 내리고 서비스는 좋아지는 등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느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규제 푼 화장품산업 '훨훨'

규제완화를 통한 경쟁 활성화로 산업이 발전한 사례도 있다. 화장품산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화장품산업의 진입 문턱을 지난 2000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2012년에는 등록제로 낮췄다. 진입 규제를 풀자 당시 미샤, 카버코리아, 더페이스샵 같은 회사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이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깐깐한 눈높이에 맞춰 끊임없이 품질 향상에 나서 'K뷰티'의 르네상스시대를 열었다.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2006년 주가가 3만원대를 맴돌았지만 2016년에는 460만원(액면가 5000원 기준)을 훌쩍 넘어 주가가 100배 넘게 뛰었다.

안전 문제로 뒤늦게 출범한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LCC 허용 이후 국내 항공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탁월했다.

호실적을 발판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LCC도 줄을 잇는다. 2015년 제주항공이 가장 먼저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에는 진에어가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상장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티웨이항공·에어부산, 내년에는 이스타항공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KB증권 박신애 연구원은 "1990년대 4~5개에 그쳤던 화장품 관련 상장사가 현재 30여개로 늘었다.
수출규모는 2000년에 비해 40배 넘게 늘었다"며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꾼 규제완화가 화장품산업 성장과 신규 업체 진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