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통제불능 워마드, 경찰에 “나 잡아봐라”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8 17:17

수정 2018.07.18 17:17

‘낙태 인증’ 피 투성이 태아 사진 올리고 “군침돈다” 조롱 댓글
성체훼손·대통령 합성사진, ‘윤봉길 테러리스트’ 주장에 성당 방화 범죄까지 암시
수위 넘는 행동 이어지자 강제 폐쇄 포함 수사 나서
“정상적 여성운동 아니다” 최근엔 여성들도 외면
#.정부 부처와 수사기관이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대한 단속 및 수사에 나섰지만 여전히 통제불능 상태다. 이 사이트에는 남성 혐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범죄를 암시하는 글이나 사진까지 게재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9일 성체(聖體)를 훼손한 사진이 올라 온 워마드를 겨냥해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비정상적인 게시물은 강제 삭제하고 사이트 폐쇄를 검토할 수 있다는 강력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나흘 뒤 이 사이트에는 '낙태 인증'이란 제목으로 피투성이가 된 모습을 한 태아의 사진이 여과 없이 올라왔다. 여기에 "밥 도둑이네" "군침돈다"라는 댓글 조롱이 더해졌다.


경찰도 워마드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임신중절이 합법화될 때까지 매주 성당 하나(를) 불태우겠다'는 방화 의도 게시물과 나체를 한 여성의 몸에 문재인 대통령 얼굴이 합성된 사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처벌 의지를 나타냈다.

■단속·수사 의지에 조롱으로 대응

경찰의 수사를 비웃듯 워마드에서는 "나 잡아보라"며 여전히 혐오 글이 유포되고 있다.

워마드가 제어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자극적인 게시물로 워마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경찰과 방심위가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워마드 이용자들은 오히려 비웃고 있다. 연일 조롱의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사실상 처벌 및 제재도 어려워 경찰과 방심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워마드는 과거부터 남성 혐오 게시물로 인해 사회 논란이 돼 왔다. 2016년 광복절에는 독립운동가 안중근, 윤봉길 의사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합성하고 "미친 테러리스트"라고 비하하는 글이 등장했다. 이듬해에는 배우 김주혁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한남(한국남자 비하)이 주혁(자살)했네"라며 조롱했다.

최근 들어서는 범죄를 암시하는 게시물이 연일 올라와 사회 불안을 촉발시키고 있다.

한 이용자는 피투성이가 된 태아 사진을 올리고 '낙태 인증'이란 제목을 달아 마치 자신이 범행을 한 것처럼 착각하도록 했다. 이 사진은 온라인에서 무단 도용한 것으로 추정되나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너무 섬뜩하다" 등의 시민 우려가 이어졌다. 이 밖에도 △카톨릭 미사 의식에 사용하는 성체 훼손 인증 사진 △문재인 대통령의 나체 합성사진 △버스 안에서 남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식칼을 겨누는 사진 △어린이 납치 예고 글 등이 사이트에 버젓이 게재됐다.

■혐오에 이어 범죄 암시까지.."차단 한계"

연일 자극적인 게시물이 쏟아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지만 경찰과 방심위는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심위 모니터링의 경우 제재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가 되는 게시물을 발견하더라도 이를 삭제하는 데만 며칠이 걸리기 때문에 유포를 막기 힘들다.

'낙태 인증' 게시물은 이미 온라인에 급속도로 퍼져나갔지만 방심위는 삭제 심의를 오는 20일에야 개최할 예정이다. 최초 게시일보다 일주일 정도 늦은 시점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된 워마드 사이트가 온라인 상 차별, 비하 표현뿐 아니라 현실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신속히 (게시물을) 처리하려 한다"며 "워마드 사이트의 폐쇄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경찰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인터넷에 글이나 사진을 자율적으로 게시하는 행위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혐오 게시물을 방치하는 워마드 운영진을 제재할 수 근거도 마땅치 않다. 단지 범행을 암시하는 글을 쓴 것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워마드의 서버와 관리자가 모두 해외에 있어 경찰 추적을 어렵게 한다. 경찰은 "미국에 있는 사이트라서 압수수색이 어렵고 국제 공조 밖에는 방법이 없는데 이런 경우에는 (미국의) 협조를 받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런 이유로 여성들까지도 워마드를 외면하고 있다.
페미니즘 작품을 다수 발표해온 공지영 작가는 17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태아 사진 게시물을 언급하며 "바로 수사(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워마드를 폐쇄, 처벌해주세요' 등 사이트 폐쇄와 관계자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봇물을 이룬다.
대학원생 유모씨(31.여)는 "워마드 게시물을 보면 정상적인 여성 권리 향상을 주장하는 것 보단 모든 대상에 대한 극단적 혐오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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