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념과 상식을 대하는 검찰의 모순

"우울해 보여야 성폭력 피해자란 것은 편견이다. 2차 가해를 중단해야 한다."

한 여성단체 입장이다. 비서 김지은씨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재판 중 "성폭력 피해자라면 늘 우울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일 것"이라고 말한 피고인측 증인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최근 '성폭력 피해자에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것은 2차 가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피해자다운 모습에 대한 획일적 통념을 개개인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 있다. 그간 '피해자다움'을 요구해 논란이었던 검찰도 김씨 사건을 맡으며 바뀌었다. "성폭행 주장 기간 특이 행동은 없었다"는 피고인측 주장에 검찰은 "피해자라고 무조건 우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논리로 반박해왔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찰이 피고인측 증인인 안 전 지사 아내 민주원씨를 신문했을 때다. 증언대에서 민씨는 부부가 자고 있는 침실에 김씨가 들어왔다는 '상화원 사건'을 주장했다. 이어 "너무 당황했다. 김씨를 혼내지도 않았다. 후회된다"고 한 바 있다.

검찰이 민씨에게 물었다. "왜 바로 김씨를 꾸짖지 않았나요?" "다음 날엔 김씨를 찾아가서 화장품도 빌렸다고요?" "김씨를 의심했다면서 왜 다정히 문자 나누고 선물 줬나요?"라며. 또 물었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데,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 맞으세요?"

그 순간 검찰의 모습에 또 다른 누군가가 겹쳐졌다. 4개월 전 김씨에게 '2차 가해'로 명명된 질문을 던진 이들이.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나" "성폭행이라면서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일했나" "진짜 성폭행 맞냐"던 사람들은 내가 목격한 검찰과 똑같은 태도였을 게다.
질문이 아니라 오히려 왜 상식대로 행동하지 않았느냐는 꾸짖음에 가까웠을 터다.

이 대목에서 검찰은 모순돼 보인다. '피해자다움'이란 통념을 김씨에겐 들이대지 말라면서 어째서 민씨에겐 상식을 들이대는 건가. 성폭력 피해자 이외에는 통념과 상식대로 살아야만 훗날 법정에서 '진실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둘 중 하나로 보인다. 검찰은 그저 사람들에게 '상식'을 요구하는 관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거나, 김씨를 지키려다 무리한 질문을 한 것. "다정했다는 건 검사님 생각이고, 전 의례적인 거예요"라는 민씨 대답에도 재차 "왜 그랬냐"고 묻다 판사에게 제지당한 검찰, 둘 중 어느 쪽이었을까.

kua@fnnews.com 김유아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