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神만 아는 종교적 신념, 병역회피 우려

신약성경 마태복음 5장에 나오는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구절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다른 종교의 본질적 정신 역시 표현의 방식은 다를지 몰라도 평화와 사랑일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체복무제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헌재 결정 이후 사회적 혼란은 더 가중되는 양상이다. 논란의 핵심은 어떤 기준으로 '양심'을 판단할지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인간의 잣대로 종교적 신념자를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신을 믿는다면서도 신앙생활과 동떨어진 세속적 삶을 사는 사람을 일컬어 '나이롱 신자'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상당수는 실제로 해당 종교에 등록된 자타공인 '신자'다. 실제로 신을 믿는지는 자신과 신만이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얘기다. 헌재 결정으로 국회는 당장 내년 말까지 대체복무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일각에선 '여호와의 증인' 등 특정 종교 신자만 대체복무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만 하면 혼란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병무청에 따르면 2007~2016년 10월까지 입영.집총 거부자 5532명 중 5495명이 여호와의 증인이다. 하지만 현행 병역법이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공론의 장으로 들어온 계기는 2001년 불교 신자이자 평화운동가인 오모씨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면서 부터다. 집총거부가 특정 종교인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3대 종교인 기독교 내부에서도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계속돼 왔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동북아의 화약고로 불리며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대체복무는 종교가 있는 약 2200만명 국민 상당수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할 수 있다는 극단적 상황까지 고려,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다. 잇따른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긴장상태가 다소 완화된 상황을 진정한 평화가 찾아온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국회는 병역회피에 따른 병력자원 감소 가능성 등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입법에 나서야 한다. 강한 국방력이 기반이 될 때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역사가 알려주는 교훈이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도래해도 마찬가지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