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日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 수사 착수..소송경과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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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설립을 관철하기 위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 소송을 매개로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한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최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해마루의 김모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김 변호사에게 소송의 전반적 경과와 함께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들의 현재 상태를 묻고 전국 각급 법원에서 진행 중인 유사한 사건의 진행 상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리인이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등 소송 관련 기록도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서 "대법원이 두 번째 심리하는 사건인 데다 쟁점이 처음과 다르지 않아 심리불속행 기각 대상인데도 결론을 5년째 미루고 있다"며 "소송이 길어지면서 원고 9명 중 7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생존한 피해자도 힘들어 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 문건과 대리인 진술, 소송 기록 등을 토대로 결론이 계속 미뤄지는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2015년 3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 문건은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사건에 대해 청구를 기각하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일대사를 지낸 적 있는 이 전 실장의 최대 관심사가 '한일 우호관계 복원'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소송을 낸 피해자들에게 전범 기업들이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2012년 이미 한 차례 사건을 고법에 돌려보냈다.

그러나 전범 기업들의 재상고로 2013년 다시 사건을 넘겨받은 이후로 5년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관련 사건을 통일적이고 모순 없이 처리하기 위해 심층 검토 중'이라는 게 이유다. 대법원이 판단을 미루면서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다른 피해자들의 소송도 판결이 늦춰지는 상황이다.

사법행정관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지난 5월 조사보고서에서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한 법원행정처 문건을 두고 "청와대(이병기 비서실장)가 재판과 관련하여 부적절한 요구 또는 요청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은 청와대보다 법원행정처가 먼저 적극적으로 거래를 시도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문건에 나오는 이른바 '입체적 대응전략'이라는 표현은 이런 가능성을 유추해 볼 만한 대목이다. 상고법원을 반대하던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우회하기 위해 이 전 실장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판결을 구상해 보자는 게 '입체적 대응전략'의 취지다.

문건 작성자인 시모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제1심의관은 특조단 조사에서 "임종헌 당시 기조실장의 지시를 받아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KTX 승무원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통상임금 사건 등 법원행정처 문건에 사법부의 '국정운영 협력 사례'로 제시된 소송들도 차례로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의혹 문건들을 추가로 넘겨받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정치인·언론사 관련 재판을 별도로 관리해온 사실도 확인하고 이들 재판을 매개로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재판거래 구상이 실제로 실행됐는지 확인하려면 임종헌 전 차장 등 법원행정처 간부와 심의관들의 당시 동선을 재구성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보고 관용차량·업무추진비 이용내역 등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이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