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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IT 월드컵과 스마트그리드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2 17:16

수정 2018.07.22 17:16

[차관칼럼] IT 월드컵과 스마트그리드


지난 16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프랑스에 20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안기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비록 우리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FIFA 랭킹 1위의 독일을 2대 0으로 누른 예선 마지막 경기 결과는 16강 진출 실패의 아쉬움을 털어버리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김영권 선수가 넣은 골이 오프사이드로 선언됐다가 '비디오 판독'으로 다시 득점이 인정되었던 그 짧은 시간은 우리 월드컵 역사에서도 가장 짜릿하고 기억에 남을 반전의 순간이 아닐까 싶다.

'IT 월드컵'이라는 FIFA의 공언답게 이번 월드컵에는 비디오 판독시스템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이 선보였다. 공인구 '텔스타 18'에는 축구공의 위치와 날아간 속도를 측정하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이 내장됐다. 심판이 착용한 스마트 워치에는 축구공이 골라인을 넘었을 때 진동으로 알려주는 기술이 적용됐다.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이나 축구화에는 선수들의 위치, 뛴 거리, 심박수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심박계와 같은 미세전자 기계시스템(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이 장착돼 있었고, 각종 정보와 영상들을 실시간으로 경기장 밖에 있는 코치와 의료진에 전달할 수 있도록 전자추적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이러한 첨단기술들 덕분에 심판은 오심을 줄이고, 감독과 코치들은 경기 중에도 선수들의 상태를 분석하면서 전략을 짤 수 있었다. 우리는 다양한 정보들을 접하면서 생생한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첨단기술은 스포츠 경기에, 산업 현장에 그리고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전력 분야에도 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의 침투가 본격화되면서 ICT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력효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지능형전력망)'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소비자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합리적으로 전기를 소비하고, 공급자는 전력수요를 분산해 불필요한 설비투자를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스마트그리드는 에너지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신시장도 창출하고 있다. 태양광과 같은 소규모 자원을 연결, 통합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스마트그리드가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가 크게 늘어난 유럽에서는 스마트그리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례로 독일의 넥스트 크래프트 베르케는 4.6GW의 태양광·풍력 등을 모아 전력을 거래하는데, 창업한 지 10년 만에 유럽 7개국에서 2억8000만유로의 매출을 올리는 유럽 최대의 전력중개사업자로 성장했다.

정부는 수요관리를 통해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혁신성장 8대 선도산업의 하나인 에너지신산업 창출을 가속하기 위해 '제2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을 지난 18일 발표했다.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스마트그리드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한편, 국민들이 계시별 요금제, 전력중개사업과 같은 서비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범단지를 2곳에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5년간 4조5000억원을 집중투자해 민간의 서비스 발굴과 신시장 창출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독일전의 반전처럼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도 모두를 놀라게 할 국가대표 기업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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