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카드수수료 0%면 만족하시겠습니까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2 17:16

수정 2018.07.22 19:05


[데스크칼럼] 카드수수료 0%면 만족하시겠습니까


최저임금 인하 논란이 커지면서 중소상공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카드수수료 인하 압박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년에도 최저임금 인상이 예고되면서 중소기업인과 영세자영업자, 소상공인의 고충과 부담 경감을 위해 정부가 또다시 수수료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2007년 '신용카드 체계 합리화 방안' 발표 후 '전가의 보도'처럼 수수료를 인하한 게 지금까지 10차례나 돼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카드업계를 대변하자는 것이 아니다. 상생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카드 수수료율은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에는 0.8%, 연매출 5억원 이하의 중소가맹점에는 1.3%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를 계속 낮춰 수수료율이 제로(0%)가 된다고 영세·중소 가맹점들이 만족할 것인가.

이와 관련, 늦었지만 최근 정부와 여당의 인식 변화는 반가운 일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신용카드 수수료만 문제 삼고 있는데 수수료를 제로로 만든다고 해도 금액 차이는 크지 않다"며 "제도개편과 수수료 인하만으로는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여당도 정부가 발표한 결제 수수료가 없는 '제로페이' 활성화에 나섰다. 제로페이는 스마트폰으로 가맹점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고객 계좌에서 가맹점주 계좌로 현금이 이체되는 방식인데 당정은 과거 카드 사용 확대 때와 같이 소득공제(사용금액의 40%)와 함께 은행 이체수수료·플랫폼 운영자의 이용수수료 무료화를 추진키로 했다. 연말에 시범도입 후 내년 상반기에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실효성이다.

지방선거에서 서울페이, 경남페이 등 유사한 공약이 쏟아졌지만 기존 카드사 및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민간영역에서는 극장, 백화점, 레스토랑 등에서 결제하면 각종 할인, 포인트 적립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제로페이 등은 수수료가 없어 이 같은 혜택을 줄 수 없다. 신용공여(할부) 기간이 없는 점도 문제다.

정부 주도의 제로페이는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소득공제 40%라는 강력한 혜택 때문에 초반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줄어든 것과 같이 계속해서 유지하기는 어렵다.

3~4년 전 기자가 중국 베이징 특파원 시절 중국인들은 이미 제로페이의 전신인 웨이신(위챗)페이로 아침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고 각종 공연, 여행 등 모든 것을 해결했다. 사실상 현금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떻게 카드 수수료 인하 논란 없이 우리보다 앞서간 것일까. 중국의 카드 사용률이 10%도 안 돼 바로 모바일 결제시장으로 간 이유도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는 세계적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인터넷쇼핑몰 타오바오, 중국 최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웨이신 등을 육성하기 위해 알리페이, 웨이신페이 등을 허용하고 이들의 금융거래도 허용했다. 특히 알리페이를 기반으로 한 알리바바 금융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의 몸값은 이미 골드만삭스를 뛰어넘었다.
우리 정부가 배워야 할 것은 정부 주도 제로페이가 아니라 과감한 규제 철폐를 통해 민간에서 제로페이가 실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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