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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외면한 보편요금제 입법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오는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과방위에 실국별 업무현황 자료를 제출했다. 실국별 업무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통신정책국 주요업무 가운데 가장 첫번째로 제시된 것은 보편요금제 입법 추진이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 입법 추진 개요로 데이터 이용량이 급증하고 차별적인 요금구조가 고착된 상황에서 이용자들은 요금제 상향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데이터 이용량은 연평균 약 35.7% 증가하고 있으며, 저가요금제의 가격 대비 데이터량은 고가요금제의 약 0.79%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분석만 놓고 보면 보편요금제 입법 추진은 언뜻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요금 부담을 완화시켜 주겠다는데, 이를 반대할 국민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보편요금제가 무서운 것은 음성과 데이터 제공량 수준을 법으로 정하고, 2년 주기로 정부가 요금 수준을 조정할 수 있다는데 있다.

음성과 데이터 제공량은 일반적인 이용자 평균 이용량의 50%~70% 수준으로 맞춰져 있다. 음성이야 무제한으로 풀린지 오래니 제외하더라도 데이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기정통부가 추산한대로라면 연평균 약 35.7% 증가하고 있는 데이터 이용량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보편요금제 예시로 들고 있는 1GB는 2년 후 약 1.4GB로 증가해야 한다.

2년마다 이런 상황은 되풀이 돼 데이터 제공량은 꾸준히 우상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5세대(5G) 통신이 상용화 되면 데이터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데이터 제공량도 덩달아 높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제공하는 당사자인 이동통신사는 정부가 정해 고시하는 이용약관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이통사에겐 선택권이 없다.

최근 이통사들은 자발적 요금제 개편을 통해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상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일부 상품은 보편요금제보다 낫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보편요금제를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시장은 기업의 자율경쟁에 의해 돌아가는 것이 맞다. 민간 기업의 선택권까지 박탈하면서 보편요금제를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