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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글로벌 경제를 읽는 법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3 17:14

수정 2018.07.23 17:14

[fn논단] 글로벌 경제를 읽는 법

미국과 주요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의 귀추가 주목된다. 그동안 세계무역 질서는 국제적 규범에 바탕을 두고, 모든 무역국은 예외 없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법적 원칙에 구속됐다. 주요국 간 무역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기존 질서의 유용성이 도전을 받고 있다. 무역갈등의 지속은 국제무역을 위축시키고 세계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국제 무역질서가 크게 변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상당 기간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주의에서 다소 벗어나 양자주의나 자국 이기주의로 경사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수출입 구조를 보면 최근 지역이나 품목 측면에서 편중도가 심화됐다. 이 같은 무역구조는 국제무역 체제의 변동에 매우 취약해 국내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제품 고도화가 절실해졌으며, 수출처 다변화는 시급한 과제가 됐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대외경제관계 다원화는 시의적절하다. 인도나 동남아시아 그리고 러시아 등은 중국 못지않은 성장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대외 경제관계의 다원화는 관련 지역에 대한 지적 노하우가 필요하다. 과거처럼 최종제품 수출에 치중하는 것은 공급과잉 시대에는 걸맞지 않다. 제품 가공 과정에서 소비지의 역할을 높여 현지의 부가가치 제고에 기여하거나, 농업이나 서비스 산업 등과 연계해서 관련국의 소득이나 고용 향상에 부응해야 지속적으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이는 해당 지역에 관한 풍부한 경제정보를 요구한다. 경제성장률이나 환율 등 단순한 시장 정보에 머물지 말고 정치, 사회, 문화나 인구 등을 포괄하는 종합정보가 필요해졌다. 소비지에 밀착된 섬세한 마케팅 역량이 중요해진 까닭이다.

우리는 동북아나 동남아 경제에 대해 얼마나 체계적으로 알고 있을까. 중국이나 일본을 제외하면 거의 원초적 수준이다. 그나마 두 지역 전문가층은 매우 엷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부상하는 관심지역 정보는 외국 자료를 번역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동안 해외지역 연구는 해당 지역 관심도에 따라 부침했다. 단기적 접근을 반복하다보니 해외지역 연구 축적이 빈약해져 전략적 정보 창출은 요원한 과제다.

해외지역 전문가 양성이 절실해졌다. 전문가란 문제가 주어졌을 때 해결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해당 분야에 최소한 10년 이상 암묵적 지식을 축적해야 하며, 시스템적 접근 역량을 갖춰야 한다. 특히 해외지역 연구자는 장기간 현지 체험 없이는 생동감 있고 가치 있는 정보를 만들기 어렵다.

해외경제 연구 수요는 수출입처 다변화 외에도 넘쳐난다. 고도성장이 장기간 지속되고, 고령화사회로 이행하면서 자산 축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국내 경제가 성숙하고 성장률이 낮아져 여유자금 운용처를 해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기승을 부리는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뛰어넘으며 경쟁력도 유지하려고 새로운 설비투자처를 해외에서 찾으려는 동기도 늘어났다.

해외정보 분석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먼저 민간이나 대학 그리고 공공부문에 산재해 있는 연구자산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국책 연구기관은 총론 수준에서 민간과 대학은 각론 수준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다차원 연구채널을 체계화해야 한다.
민간기업들도 성장잠재력이 있는 지역이라면 연구인력 장기 체류나 현지인 활용 등을 통해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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