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이와 공연 관람땐 에티켓 교육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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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한창 클라이맥스로 치달으며 관객 모두가 숨죽인 그때, 어두운 극장 안에 불빛이 켜졌다. 애니메이션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소란스럽던 아이들 중 한 명의 스마트폰이었다. 초등학교 5~6학년 정도로 보이는 이 아이는 당당하게 동영상으로 영화 일부를 촬영했다. 몇 분 동안 촬영이 계속되자 옆 좌석의 아저씨가 큰소리를 냈고, 그때서야 이 아이는 슬그머니 종료 버튼을 눌렀다. 영화가 끝난 뒤 스쳐지나가며 보니, 그 아이는 친구들과 웃으며 촬영한 부분을 바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리고 있었다.

초저출산 시대, 귀한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키즈 콘텐츠는 소위 '돈되는 시장'으로 불린다. 문화·공연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화나 뮤지컬, 공연·전시 숫자는 엄청나게 늘었다. 포털에서 '키즈 공연'이라는 키워드를 치면 7월 기준으로 4만4000여개의 공연이 뜬다.

아이들을 향해 공연장의 문은 활짝 열렸지만, 이를 즐기는 에티켓 수준은 여전히 물음표다. "좀 재밌다 싶은 영화는 주말 낮은 피해야 한다. '쥬라기월드2'를 봤을 때, 아이들이 마치 풀어놓은 공룡 랩터처럼 영화관 안을 뛰어다녀 식겁했다"는 한 네티즌의 일침처럼, 울고 소리치고 돌아다니며 큰소리로 말을 하는 아이들 때문에 영화 관람을 망친 경우가 적지 않다.

어린이 공연도 다르지 않다. 분명 24개월 이상 관람가 공연인데도 '돌쟁이 둘째를 봐줄 사람이 없다'며 막무가내로 공연장에 들어온 한 엄마도 있다. 아기띠에 안겨 있던 이 아이는 공연 내내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지각 관람과 재입장 문제는 고질적이다. 공연이 3분의 1이 지나간 시점에서 스마트폰 불빛에 의존해 자신의 좌석을 찾는 이들이나, 1시간 남짓하는 공연 시간 동안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아이들과 부모는 수도 없이 많다.


아이들이 공연장에 익숙해지고 수준 높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기길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에티켓도 알려줘야 한다. 보호자가 먼저 그것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영화관에 '노키즈존'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 과하지만, 자신의 문화생활을 오롯이 즐기길 원하는 이들에게는 그만큼 아이들의 행동이 부담이 된다는 의미다. 영화나 공연 등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일상이 되려면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에티켓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yjjoe@fnnews.com 조윤주 문화스포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