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역전쟁시대 ‘전경련 패싱’ 옳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고 보호무역주의 물결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도 세탁기, 태양광 셀·모듈, 철강 등 관련업계에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 꼴이 됐다. 실제로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2일 미·중 갈등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국가군으로 대만, 헝가리, 체코 등과 함께 한국을 꼽았다.

엄격히 구분짓자면 등 터진 새우는 국내 기업이고 국민이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같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선 민간 경제단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경제단체들은 기업들의 고충과 의견을 모아 상대국에 전달한다. 이를 통해 개별 기업으로서 목소리를 낼 때보다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특히 경제단체들은 상대국 경제단체들과 교류를 통해 여론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투표권이 없는데도 상대국의 정치권을 움직이는 데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적절히 활용할 때다. 대한상의 역시 미국 상공회의소와 교류하고 있지만 전경련처럼 정례적 교류행사를 개최하고 있진 못하다. 그 대신 '한·중 고위급 기업인 대화'를 개최하는 등 중국 경제단체들과 깊은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전경련은 미국 민간단체들과 30년 관계에 따른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매년 한미재계회의를 개최했으며 그 외의 인적 교류도 활발히 진행해왔다. 지난 2007년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2000년 한미재계회의에서 전경련이 최초로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미국 상의는 지난 3월 전경련과의 교류 이후 한·미 FTA를 수호하는 메시지를 홈페이지에 싣기도 했다.

대한상의는 지난 18일 역대 최대 규모로 '제43회 제주포럼'을 개최했다. 같은 기간 전경련은 최소 규모로 제주포럼을 치렀다. 대한상의 제주포럼은 대규모 출입기자단이 동행해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지만, 전경련 제주포럼엔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전경련은 정부·기업 간 교류, 해외순방 등 모든 정부 행사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그나마 해체되지 않은 게 어디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미·중 갈등으로 등 터진 새우 신세가 된 기업들과 국민을 위해 무조건 '패싱'만 할 게 아니다. 올바른 활용법을 생각해 볼 때다.

ktop@fnnews.com 권승현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