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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계엄령 문건 '2라운드'...67쪽 계엄 세부자료 공개·합수단 구성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4 16:58

수정 2018.07.24 16:58

국회 요청으로 67쪽 문건 전부 공개
군·검 합동수사단 구성... 고위급 소환 등 수사 탄력
2013년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사진=국방부 제공
2013년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사진=국방부 제공
지난해 3월 국군기무사령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 기각될 것을 가정해 작성한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가 정국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7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문건에 대한 질의가 군 당국자에 집중됐고 여야는 공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현재 해당 문건에 대해 위법성을 조사중인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민간 검찰과 함께 합동수사기구를 구성하면서 조현천·한민구 등 윗선 보고라인을 겨냥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수사단은 문건의 작성 의도가 단순히 사회 소요사태를 대비해 만든 것인지 아니면 실제 실행의지를 가지고 '내란예비음모죄' 또는 '군사반란예비음모죄'가 성립될 만큼 참절을 목표로 했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다.

■ 67쪽 세부자료에 뭐가 담겼나
국방부는 지난 23일 국회가 국군기무사사령부 계엄령 검토 세부문건을 공개하라는 요청에 따라 국방부가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공개했다. 이 문건은 A4용지 67페이지짜리로 앞서 공개된 8쪽 분량의 문건과 달리 기밀 2급 문서로 지정돼 있었으나 국방부가 23일 저녁 6시께 내부회의를 거쳐 평문화하면서 보안이 해제됐다.
이미 청와대가 일부 공개했던 문건과 똑같은 자료다.

기무사가 이 문건을 작성한 배경은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 기각될 것을 가정하면서 사회 질서 혼란 상태 등에 대비해 단계별로 위수령, 경비계엄, 비상계엄을 검토한데 따른 것이다.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보면 기무사는 계엄을 선포한 후 국방부 장관이 주한 미군 대사를 초청해 미국 본국에 계엄 시행을 인정토록 협조 받고자 했다. 또 수도방위사령부의 B-1 문서고를 계엄사령부가 설치하도록 했다.

이미 알려진 데로 문건에는 여소야대 상황이었던 국회에 대한 대책이 포함됐다. 여기에는 당정협의를 통해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이 나열됐으며,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열 가능성이 있는 광화문과 여의도에는 야간에 전차와 장갑차 등을 이용해 신속하게 투입하는 계획도 수립됐다.

67쪽짜리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 中 '계엄임무수행군 판단 및 편성'부분./사진=국방부 제공
67쪽짜리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 中 '계엄임무수행군 판단 및 편성'부분./사진=국방부 제공

기무사는 언론과 사회관계통신망서비스(SNS)등 보도 검열단 편성계획도 담았다. 방송반·신문반·통신반 등 9개 반으로 구성되는 보도검열단에는 계엄사 48명, 문화체육관광부 61명, 방송통신위원회 16명, 합동수사본부 6명 등 134명이 참여토록 했다. 인터넷 포털과 사회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폐지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민관군 합동으로 ‘인터넷유언비어대응반’을 설치해 불온 내용 식별 시 신속 차단하는 등의 대응책도 마련했다. 기무사는 2016년 터키에서 계엄 시행 시 시민의 저항으로 계엄군의 진입이 실패한 사례를 들며 계엄 선포 전에 언론 보도 등 사실이 누설될 경우 계엄 성패와 직결된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문건은 대국민 담화문과 포고문, 계엄사 합동수사기구 설치, 보도검열 공고문 등 문건을 모두 '계엄사령관 육군대장○○○'으로 상정해 모든 예시문을 작성해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계엄을 지휘토록했다.

■본격 수사 나선 군·검 합동수사단
24일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과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군·검 합동수사기구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공식 명칭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합동수사단’으로 알려졌다.

전날 국방부는 “기무사 작성 문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의 중대성과 민간인도 주요 수사대상자로서 민간 검찰과의 공조 필요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특별수사단은 문건 작성을 참여했던 기무사 요원 총 14명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해 문건의 작성 경위와 위선 지시 및 불법성 여부를 캐물었다.

새로 출범하는 군과 검찰의 합동수사기구는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과 2014년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 군과 민간 검찰이 합동 수사 한다. 수사 내용과 방법에 대해 공조하면서도 각각 독립적인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민군 합동수사기구는 큰 틀에서 수사 대상에서 역할이 나뉜다”며 “민간인은 민간검찰이 수사하며, 군 현역은 특수단에서 수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67쪽 세부 문건을 일부 발표하고, 국회에 해당 문건을 전달하면서 합수단의 수사 결과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법무부는 각각 합수단의 수사 독립성 훼손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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