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정치권의 비극, SNS 조롱부터 막아야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4 17:02

수정 2018.07.24 19:09

[차장칼럼]정치권의 비극, SNS 조롱부터 막아야


정치권에 비보가 들려왔다.

'진보정치의 대명사'로 불리던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투신에 대한민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촌철살인으로 진보정치 영역을 넓히던 노 의원은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를 주장하며 투명한 정치를 외쳤다. 그랬던 그가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스스로 명예를 택하며 유명을 달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날 또 다른 비보를 들었다. 사망한 정치인을 조롱하는 글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무분별하게 떠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노 의원 SNS에는 '인과응보' '자살세를 걷자'는 글 외에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조롱과 희화화하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노 의원과 정반대 성향의 일부 의원들은 자신들끼리 하는 단톡방에서 노 의원의 사망 소식을 놓고 낄낄거리며 웃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보좌관은 노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직후 SNS에 잔치국수를 먹는 사진을 올린 것을 겨냥, 노 의원의 죽음을 조롱하듯 '잔치국수 인증샷'을 게재했다.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자살은 남겨진 가족과 사회에 대한 죄"라며 노 의원 사망에 비판 섞인 논평을 내놓으면서 스스로를 도마에 올렸다. 해병대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다섯 장병의 영결식을 부각시키고 싶은 의도였겠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어찌 됐건 유명을 달리한 이에 대해선 숙연하고 신중해야 한다.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지른 사람이 아니고서야 세상을 뜬 고인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익명이 보장되는 포털에서의 댓글은 차치해도 실명이 드러나는 SNS에서조차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인을 조롱하는 것은 '부관참시'나 다름없다.

정당 대변인의 한줄 논평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안보를 중시하는 의도를 드러내려 했겠지만 의도치 않게 고인을 욕되게 할 수 있는 섣부른 비판은 구설에만 오를 뿐이다.

2009년 김대중, 노무현,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일부 대중들이 인터넷과 SNS에서 고인을 향해 보인 조롱들은 한국 정치에서 잊혀져야 할 대상이다.

나와 다른 정치 성향의 정치인에게 비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과 희화화는 건전한 비판이 아닌 한국 정치문화를 저해하는 악습에 지나지 않는다.


또다시 한국 정치의 미성숙한 면을 확인하게 된, 어두운 현실을 목도한 다수의 군중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함만 느끼고 있다. SNS를 통해 배설하는 안티들의 고인에 대한 조롱이 참으로 역겹게 느껴질 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정치인들의 안타까운 마지막 모습에 한국 정치의 비극은 오늘도 반복되고 있어 마음이 무거워진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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