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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엉터리 전력수요 예측, 원점서 다시 짜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4 17:02

수정 2018.07.24 17:02

예비율 한자리 간당간당..기업은 자구책 마련 분주
올여름 최대전력수요가 벌써 정부의 전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오후 순간 최대전력수요는 9177만㎾를 기록했다. 당초 정부가 하계 전력수급대책을 내놓으면서 예상했던 최고치 8830만㎾를 웃돈 것이다. 산업부가 한때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수요감축 요청(DR)까지 검토했던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급전지시는 산업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 비상상황을 피하려면 정부와 한전의 정확한 전력수요 예측이 필수이지만, 그 이전에 안정적 전력공급이 더 중요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도 일찍 찾아온 폭염과 함께 전력사정이 위태위태하다. 정부는 그간 전체 전력수요에 비해 전력예비율이 10% 이상이란 점을 들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 30% 선과 10%대 사이를 오가던 예비율은 24일 오후 7%대로 떨어졌다. 52개월래 최저치였다. 물론 전력당국은 총 5개의 원전을 추가 가동해 블랙아웃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수리나 점검 중인 원전 가동을 앞당기는 차원으로 탈원전정책의 오류와는 무관하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의 진단은 다르다. 정부가 노후원전 수명연장 불허, 신규원전 백지화 등 탈원전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짐짓 전력수요를 낮춰 잡는 바람에 작금의 전력 수급불안을 초래했다고 보면서다. 전력예비율이 간당간당하게 된 원인이 탈원전이든, 아니든 대규모 정전사태가 빚어지면 한국 경제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비자세는 그리 미더워 보이지 않는다. "예비력이 아직 여유가 충분한 상황"(백운규 산업부 장관)이라며 안심시키는 한편으로 급전지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면 그렇다. 전자·철강·자동차 등 전력 다소비 기업들이 혹여 전력대란이 현실화될까봐 비상발전기 설치 등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가 기업이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한시적으로 포기하도록 급전지시를 남발해서도 곤란하지만, 민간이 각자도생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더욱 무책임한 일이다.

더군다나 기후변화로 여름철 폭염은 이제 상시적 현상이다. 그렇다면 과속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공급 부족 사태도 연례행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각종 부작용과 한계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원전 의존도를 줄이는 탈원전정책 기조는 이어가더라도 속도조절은 불가피하다.
차제에 문재인정부는 에너지믹스를 포함한 전력수급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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