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블록체인 3개월은 3년, 골든타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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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산업에서 1달은 1년 보다 많은 시간이예요. 1달이면 기술이 변하고, 시장 1등이 바뀌고 수십개의 프로젝트들이 나옵니다."
지난 3월부터 블록체인 담당기자로 일하면서 만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불과 4개월밖에 안지났지만, 3월에 느낀 블록체인 산업과 7월에 느끼는 불록체인 산업은 많이 다르다. 3월만 해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의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의심은 대부분 사라졌다. 누가 먼저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를 내놓느냐의 경쟁이 치열하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늦어도 올해 안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대중적인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킬러 서비스' 발굴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인터넷 혁명을 경험했던 정보기술(IT) 기업 출신 개발자들도 각자 곳곳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한창이다.

해외서도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7월을 블록체인 열풍으로 더 뜨겁게 달궜던 코리아블록체인위크에는 마이클 노보그라츠를 비롯한 블록체인, 암호화폐 업계 거물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주말 열린 컨퍼런스에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라는 바이낸스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8월에도 우지한, 로저버 등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인들이 참여하는 컨퍼런스가 대기하고 있다.

이처럼 전세계 블록체인 업계 시선이 한국을 향하고 있는데, 정작 한국 블록체인 기업에서는 볼멘 소리만 나온다. 우리 정부가 여전히 블록체인 산업을 차갑게 바라보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정부는 암호화폐 투기열풍 이후 블록체인 산업에 '주홍글씨'를 찍었다. 블록체인 기업이 은행에 법인계좌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식은 우리 정부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또 한국은 중국과 함께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ICO를 불법으로 규정한 국가다.

사실 업계는 지난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ICO나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묵묵부답. 그 이후에는 지난 21일과 22일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가 끝나면 무언가 액션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제는 정부가 응답해야 한다. 정부가 방관하는 사이 ICO를 사칭한 다단계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보안이 부실한, 모호한 이용약관을 내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전세계 블록체인 산업을 이끌어갈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 한국이 진짜 블록체인 선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제대로 된 기업들이 마음껏 사업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줘야 한다.

G20이 오는 11월이면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안을 마련한다고 하니 우리 정부도 그때까지 기다리기만 할까 우려된다. 최소한 ICO를 사칭한 사기로 피해를 보는 국민들이 없도록 가이드라인 정도는 제시해야 하지 않겠나. 3년보다 긴 3개월을 또 허공에 날리지 않길 바란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