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 1년 3개월 만에 최저…민간소비 타격 불가피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판단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가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현실화, 고용지표 악화 등 대내외 악재가 대거 반영된 탓이다. 문제는 이같은 경기 불확실성이 단기에 그치기 어려운 재료라는 점이다. 미·중 무역전쟁 향방은 정부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도 연초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다.

경기 선행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세가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하반기 민간소비 등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8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0으로 6월(105.5) 대비 4.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4월(100.8) 이후 가장 낮다. 또 박근혜 정부 탄핵 정국이었던 지난 2016년 11월(-6.4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우리 경제가 미·중 무역전쟁과 고용 침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기준선(2003~2016년 장기평균치)인 100보다 클수록 소비심리가 낙관적, 100보다 작을수록 비관적으로 보는 가구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상 소비자심리지수는 경기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여전히 기준치인 100은 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당수 세부지표는 기준치를 대폭 하회했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 경기전망을 의미하는 이번 달 현재경기판단은 7포인트 하락한 77을 기록했다. 6개월 후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향후경기전망은 87로, 전월보다 9포인트나 줄었다. 또 취업기회전망은 6포인트 떨어진 87을 나타냈다.

전체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지난해 11월 112.0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점을 찍은 이후 매월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한은은 여전히 소비지표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9%로 낮춘 가운데 민간소비 증가율은 종전 전망치인 2.7%를 유지했다. 한은은 고용 감소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의 임금상승률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고용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은이 민간소비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해외 주요 기관들은 소비자심리지수 부진에 따른 민간소비 둔화 가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그룹(Citi)은 지난 6월 소비자심리지수(105.5) 발표 후 2·4분기 민간소비지출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2%포인트 둔화될 것으로 봤다. 노무라증권은 무역분쟁 리스크가 확대되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 부정적 자산효과로 민간소비가 감소하고 기업은 투자를 연기할 소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여력이 크게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또는 재정을 풀어 소비를 진작시키고자 해도 소비자들은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