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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양승태 사법부 '성공보수 무효판결' 기획 정황 임종헌 USB서 확인(종합)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6 14:37

수정 2018.07.26 14:37

검찰이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대한변호사협회를 압박하기 위해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판단하기로 사실상 미리 결론을 내놓고 재판을 기획하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압수한 USB(이동식저장장치)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런 구상이 담긴 문건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1월 작성한 '형사사건 성공보수 규제 도입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화해 대한변협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다.

종전 판례는 성공보수 약정을 원칙적으로는 유효하다고 보고, 금액이 부당하게 과한 경우에만 신의성실 원칙을 들어 일부를 무효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7월 판례를 변경해가며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민법상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보고 무효로 판결했다.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담을 앞둔 같은 해 8월 1일 문건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성공보수 무효판결을 대법원의 '치적'으로 거론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 상고법원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대한변협을 압박하기 위해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의 수임내역과 재산을 조사하는 등 사실상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공작을 벌인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하 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성공보수 관련 소송의 진행 경과를 물었다. 하 전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 취재진에게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화하기로 기획하고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청와대에 지원을 요청했다"며 "이는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판결 결론을 미리 내리는 기획을 하고 대법관들이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이날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를 시도하고 법관을 사찰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정황을 담은 문건 410건 중 아직 공개되지 않은 228건을 공개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 해당 문건을 공개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른 비실명화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공개되는 문서파일은 기자단에 제공할 예정이다.


앞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23일 임시회의에서 "대법원 특별조사단 조사보고서에 첨부된 410개 파일 리스트 중 미공개 파일 228개의 원문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문건공개를 건의한 바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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