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혁신성장에 회의적인 스타트업 업계

"전망은 좋죠. 규제 때문에 언제 문닫을지 불안합니다."(스타트업 A사 관계자)

연평균 매출이 2~3배 늘어나는 고성장을 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잘 나가도 흑자를 내는 곳은 훨씬 적다. 단기 수익보다는 공격적 투자로 우선 시장을 확대해야 해서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정작 수익을 내야 할 시기에 좌초되는 경우가 많다. 기득권 반발과 규제 때문이다.

승차공유 스타트업 풀러스가 대표적이다. 카풀서비스를 하는 풀러스는 지난해 11월 이용시간을 기존 출퇴근시간대에서 낮시간대까지 넓히려 했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컸다. 국토부는 택시업계를 설득하지 못했다. 오히려 풀러스가 확대 서비스를 내놓기도 전에 '사용자가 임의로 출퇴근시간을 선택할 경우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운수사업법 81조 1항을 근거로 들었다. 출퇴근시간에 한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니라도 일반 승용차 운전자가 사람을 태우고 돈을 받도록 한 예외조항이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불법이라며 반발했다. 국토부 역시 택시업계의 편을 들었다.

택시업계를 설득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해커톤'을 열어 스타트업들과 택시업계 간 대화할 자리를 만들었다. 김태호 전 풀러스 대표는 스타트업들에 기회를 주고 사후 시장평가를 통해 문제가 있으면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택시업계가 불참해 해커톤은 반쪽짜리 행사로 끝났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지켜보기만 했다. 그 사이 풀러스는 규제와 싸웠다. 마케팅에서도 고전했다. 결과는 처참하다. 지난달 풀러스는 대표를 교체하고 직원을 70%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택시업계 반발과 정부의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다. 스타트업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풀러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망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혔다. 10월 말엔 네이버·미래에셋대우가 200억원을 투자했다.

정부는 여전히 '혁신성장'을 내세우며 승차공유 산업을 키우겠다고 외친다. 정작 스타트업 업계엔 이번 정부에도 기대할 게 없다고 보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정부가 할 일은 공유경제의 의미를 이해·규정하고, 갈등의 조정자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글로벌 승차공유 산업은 이미 상용화를 앞둔 자율주행차와 접점을 찾고 있다.

한 관련 스타트업 대표는 "국내 자율주행차 산업은 규제 때문에 3년 내엔 상용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대표의 전망이 틀리길 바란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정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