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고법 "대한항공 조종사, 10년 내 퇴사했다면 훈련비 돌려주라"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9 13:00

수정 2018.07.29 13:00

훈련생 시절 '1억7500만원 교육비'.."낼 수 없다"며 소송
1심 "임금 성격 비용 뺀 나머지 훈련비는 대한항공에 갚아야"
조종사 1심 판결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서 인정액은 오히려 올라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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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항공기 조종사로 입사하기 전에 수료해야 하는 비행교육 훈련비용은 조종훈련생들이 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0부(윤성근 부장판사)는 대한항공 전 조종사 4명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및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대한항공이 조종훈련생에게 부담하도록 정한 고등과정 훈련비 1억7500만원 중 1억6700만원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에서 인정한 1억4900만원보다 1800만원 늘었다.

■" 불공정해 무효"vs"합리적 약정"
대한항공 전 조종사 6명은 2006~2008년 시기에 각각 입사해 2015년 퇴직했다. 비행경험이 없는 조종훈련생 신분이었던 이들은 입사 전 대학교 산학협력단을 통해 이뤄지는 비행교육 훈련비 1억7500만원을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대한항공은 이들의 훈련비 전액을 대납해주는 대신 10년간 근속하면 상환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조종사들은 7~8년을 일하다 회사를 떠났고, 대한항공은 상환의무가 면제되기 전에 퇴직했다는 이유로 근무한 기간 동안 인정되는 면제액을 제외한 훈련비의 상환을 통보했다.

이에 조종사들은 "고등과정 훈련비는 회사가 항공운수업무를 위해 조종사들을 사용할 목적으로 지출한 것으로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해 원래 대한항공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고등과정 훈련은 항공사에서 부기장으로 근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도 아니었다"며 "10년의 근로기간 동안 상환하도록 한 것은 근로계약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근로기준법에 위반하거나 현저히 불공정해 무효"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고등과정 훈련비 상환규정은 비행훈련에 큰 비용을 지출한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비용부담 없이 비행훈련을 마치고 조종사로 근무하려는 원고들의 상호이익을 위해 마련된 합리적 약정"이라며 공정성을 잃은 불공정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조종훈련생들은 고등과정 훈련을 통해 조종사로 근무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추는 한편, 대한항공이 대납한 훈련비를 근무 기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면제해 주는 내용은 오히려 조종훈련생들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또 조종훈련생은 회사에 어떤 근로도 제공하지 않으므로 근로자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종훈련생들에 대한 1인당 비행훈련비용이 실제 비용에 비해 과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복리후생비·급식비·여비교통비·생활지원비·복리후생비 등은 뺀 1억4900만원의 훈련비만 인정했다. 근로자의 임금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비용을 원고들에게 부담하도록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퇴직 자유 침해로 보기 어려워"
조종사 4명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훈련계약의 반환약정 역시 원고들과 대한항공이 체결한 계약의 일부이고, 계약은 이행돼야 하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저가항공사로 전직하면 연봉 수준(1억원 상당)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단기간 내에 비행시간 등 자격을 갖춰 기장으로 승격할 수 있고, 중국항공사들은 기장인 조종사에게는 3억원대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원고들이 저가항공사를 거쳐 중국항공사 등에서 높은 연봉과 대우를 기대하며, 스스로 훈련비 상환채무를 감내하면서까지 퇴직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상환의무를 무효로 해 원고들을 보호해야 할 정도로 퇴직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훈련장 시설운동비도 비행훈련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비용으로 인정되면서 조종사들이 갚아야 할 1인당 훈련비는 1억6700만원으로 인정됐다.

이에 따라 조종사 3명은 근속 기간에 따라 남은 4900원~7000여만원의 훈련비를 납부하게 됐다.
다만 퇴직후 6800만원을 상환한 A씨에 대해서는 실제 훈련비를 넘어선 금액을 상환했다고 판단, 280여만원을 돌려받게 됐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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